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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stas Dec 23. 2020

지금 용기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프롤로그

육아휴직 1년, 무급휴직 1년을 마치고

복직을 앞두고 있을 때,

내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바닥에 질펀했고

다시 세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두려웠다.


지금 용기를 내지 않으면,

다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살아야 지겠지만,

세상에 질질 끌려다니며 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45리터 배낭을 메고 아들의 손을 잡고

인천공항으로 갔고 국가의 경계를 넘었다.

그때 아이는 생후 27개월이었고,

45리터 배낭 부피의 5분의 1은 기저귀였다.


이것은 그렇게 시작한

26일간의 동남아 4개국 여행기이다.

유모차 없이,

캐리어 없이,

아기띠도 없이,

아이와 단 둘이서.


아이는 기억도 못한다,

아이에겐 아무 의미 없다,

아이의 안전이 걱정된다,

용감하다, 무모하다, 누구를 위한 여행이냐,

심지어는

이기적이다, 까지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27개월이던 아이는 28개월이 되어 있었고,

기저귀에서 졸업했다.

학대받고 자란 어린아이가 설사 성장해

학대의 기억을 망각한다고 해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의 삶에

악영향이 아니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성장하는 아이를 옆에서 보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는 것은

이 아이는 여행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되었고

다름의 자연스러움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와의 배낭여행은

두 배 세배 힘들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지만,

좀 무리가 되더라도

반드시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

나는 용기를 내었고, 그것이

다시 돌아와 삶의 무게를 견뎌낼 무기가 되어 주었다는 것.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그때의 이야기들을 찬찬히 풀어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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