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모임에 아들 데려간 이야기
청량리역에서 용문역까지 무궁화호도 있고 ITX-새마을호도 있다. 시간은 각각 37분과 41분으로 무궁화호가 약간 빠른데 가격은 3800원과 5600원으로 무궁화호가 싸다. 우리는 집에서 전철로 청량리역까지 한 시간, 그리고 무궁화호를 타고 용문역으로 갔다. 어린이는 1900원.
용문역에 내려서 택시를 탈 계획이었지만, 역사를 나오자마자 식당 사장님들이 호객을 한다. 등산로 입구까지 승합차로 태워주는 대신 하산해서 그 식당을 이용하는 조건. 우린 하하를 포함 8명이었기 때문에, 택시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식당차를 타기로 하고 상원사 주차장까지 갔다.
용문산은 1157m이고 상원사까지 차로 갔으니 해발 488m에서 출발이다. 우리는 대략 하산까지 5시간 잡았다. 딱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 하하를 데려갔다.
식당 사장님이 차량에 탑승하는 우리 일행에게 주신 정보.
첫째 "아이에게는 좀 힘들 것이다."
둘째 "하산까지 7시간 정도 걸린다."
셋째 "가을 단풍 들고 하면 풍경이 괜찮다."
첫째, 왜 용악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위가 많았다. 아이를 데려오기 썩 적절한 산이 아니었다. 마주친 등산객분이 "다른 산도 아니고 용문산에를 같이 왔어?" 하고 묻고 간다.
둘째, 6시간 30분이 걸렸다. 우리 하하는 거의 제일 앞서 나갔기 때문에 아이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 건 아니다. 바위가 많아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셋째, 가을에 풍경이 괜찮단 말은 지금은 별 볼 게 없단 말이었던 듯싶다. 겨울산이라 많이 황량했고, 풍광이 남다른 산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 따듯한 토요일임에도 등산객이 많지 않더라.
만 7살 하하는 워낙 체력이 좋으니 중도에 지칠까 봐 걱정은 없었고,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바위산이라, 별다른 준비 없이 운동화에 츄리닝을 입혀온 터라 안전을 염려했는데, 내 스틱 하나를 나눠주었더니 다람쥐처럼 앞서나가며 잘 탔다. 등산 시작하는 초입에 다람쥐 한 마리를 본 행운(하하의 표현) 덕분이었을까.
시야가 좋지 않은 날이었는데, 정상에서 흐릿한 풍광을 아쉬워하는 어른들에게 하하의 말.
하하는 미세먼지로 흐릿한 산하를 통해 한 폭의 산수화를 보았나 보다.
11시 등산시작, 17시 30분 하산, 예매해 둔 19시 26분 기차를 그 다름 기차인 20시 20분 기차로 바꾸고, 우리를 드롭해 주었던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고 마무리를 했다. 상원사로 들어와 매표소 쪽으로 내려와서 입장료는 안 냈는데, 성인 입장료는 2500원이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아주 친절했고 맛은 그냥 그랬다.
다음날 나도 그렇고 함께 간 어른들은 모두 팔다리가 뻐근해 앉고 일어날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하는데, 하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바위산을 6시간이나 오르내리며 쓴 근육들을 아이들은 평상시에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는 건데 참 신기한 일이다.
이번엔 먹으로 그린 동양화였지만, 미세먼지 없고 초록이 푸르른 날 맑은 수채화를 한 점 보여주러 다시 함께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