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여자들

제주 해녀들의 문화

by 문핑

제주로 내려와 맞이한 두 번째 봄 날이었다. 나는 독서모임에서 ‘해녀들의 섬’을, 딸아이는 학교에서 ‘외계인 해녀’ 책을 읽었다. 우리는 각자 책을 통해 해녀에 대한 슬픔과 놀라움을 마음에 새기며 해녀들의 모습을 그렸고 궁금해했다. 그리고 딸아이가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해녀들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우리는 주말 아침 제주 동쪽에 위치한 세화리로 출발했다. 해녀마을과 해녀박물관을 둘러보며 우리는 책 너머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딸과 필자가 각자 읽은 책들>
“엄마, 어떻게 하면 해녀가 될 수 있어?”

“해녀가 되는 일이 쉽지 않아.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거든. 그리고 바다는 아무나 그 속에 들어오게 하지 않아.”

“아, 초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거야?”


“그래, 바다가 초대장을 보내주면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래서 애기 해녀가 할머니 해녀가 될 때까지 바다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지.”





1. 바다로 가는 초대장


-제주 해녀 등장의 배경

제주도는 화산이 폭발해서 만들어진 섬이야. 이런 땅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 음식을 구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바당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곳에는 미역도 있고, 전복도 있고, 소라도 있었어. 가끔 문어도 있었지. 사람들은 바다에서 찾은 음식들을 팔기도 했고, 집으로 가져가 가족들과 먹기도 했단다. 예전에는 남자들도 해녀들과 함께 물질을 했어. 그들을 ‘포작’이라고 하는데 포작들은 물질하는 것 말고도, 전쟁이 났을 때 전쟁터에도 나가야 했고, 배를 저어 먼 곳까지 나가는 일도 많다 보니 아주 힘들었어. 그러다 보니 포작들이 점점 사라지고 결국 해녀만 남게 되었단다.


-'할머니-엄마-딸'로 이어지는 해녀 문화

아까 린이가 말한 것처럼 해녀들은 바다의 초대장을 받은 특별한 여자들이야. 하지만 초대장만 가지고는 바다로 들어갈 수 없었어. 물질을 배워야 했거든. 해녀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바로 엄마란다. 엄마가 딸에게 물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 딸이 커서 자신의 딸에게 가르쳐주는 거지.

할머니와 엄마, 손녀가 함께 바다로 나갔고, 때로는 Sonia 할머니와 엄마처럼(시어머니와 필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바다로 갔단다. 가족들이 선생님이 되어주고, 바닷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물질을 했지.


-바다로부터 돌아올 때 나오는 숨비소리

해녀들은 깊은 바다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단다. 세계 사람들은 해녀들의 이 특별한 능력에 대해 모두 놀라워했어. 그렇게 오래 숨을 참고 물질을 하다가 마침내 바다 위로 올라오면서 참았던 숨을 내뱉을 때 “호~오~이” 하고 나오는 소리가 바로 ‘숨비소리’란다. 그 소리는 우리가 수영장에서 잠수하고 난 후 나오는 숨소리와는 달라. 진정한 해녀만이 낼 수 있는 소리지. 바다에서 돌아왔음을 알리는 소리 말이야.


2. 해녀 공동체


-불턱에 모인 여자들

해녀들은 바다로 가기 전에 둥그렇게 돌담을 쌓아 놓은 불턱에 모여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오늘은 바다 어느 쪽으로 가서 물질을 할지 정한단다. 해녀들이 모두 물질을 하러 바다로 나가면, 더 이상 물질을 하지 않는 할머니 해녀들이 불턱 한가운데에 불을 지폈어. 그리고 불 위에 솥을 올려놓아 국수나 죽과 같은 음식을 만들었어. 그래서 물질을 하고 돌아온 해녀들이 음식을 먹고, 몸을 따뜻하게 데우며 쉴 수 있었단다. 애기 해녀들은 불턱에서 물질에 대해 배우고, 애기 해녀가 어른 해녀가 되면 새로운 애기 해녀들을 가르치고, 그리고 할머니 해녀가 되면 이렇게 물질하고 온 해녀들을 맞이해 주었어. 불턱은 해녀들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여 있는 곳이었고, 여자들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공간이었지.

“우리는 함께 수확하고, 함께 고르고, 함께 판매합니다. 바다 자체가 공동의 것이니까요.”
리사 시, <해녀들의 섬>, p.35
<제주해녀박물관에 전시된 불턱>

-테우를 타고 바다로 가며 부르는 노래

해녀들은 물질을 하러 바다로 나갈 때 ‘테우’라는 배를 타고 나갔어. 그리고 노를 저어가며 노래를 불렀지.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노래를 이어가며 부르기도 했어. 노래 내용은 집에 아이를 두고 바다로 나가는 엄마의 그리운 마음이나 바다밭에서 많은 수확을 하게 해 달라는 소원, 때로는 힘든 물질에 대한 것이었지.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마음을 달래 주었단다.


“물질하게 해 주세요.”
“황금빛 조개들과 은빛 전복들.”
“그것들을 전부 따게 해 주세요!”
리사시, <해녀들의 섬>, p.40



-해녀들의 기도 ‘영등굿’

제주도의 해녀들은 해마다 바람의 여신인 ‘영등할망’에게 기도를 드리는 ‘제사’를 지냈단다. 영등할망은 2월이 되면 제주도 바다에 센 바람과 함께 나타나 땅과 바다에 씨앗을 뿌려주고 떠난단다. 그래서 해녀들은 물질하러 바다로 나갈 때 바람이 세게 불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또 어떤 기도를 드렸을까? 맞아, 바다 밭에 있는 생물들을 수확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그렇지만 해녀들은 신에게 직접 기도를 드리지 않았어. 해녀들이 사는 마을에는 해녀들을 대신해서 기도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어. 바로 ‘무당’이야. 무당은 해녀들의 마음을 영등할망에게 전하고, 춤을 추었단다. 제주의 모든 사람들이 잘 먹고 지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이야.


3. 할 일이 너무 많은 해녀 엄마


해녀 엄마는 아침부터 밤까지 할 일이 아주 많았단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우물가에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지. 그리고 돼지 똥을 구해 왔지. 예전에는 돼지의 똥을 아궁이에 넣으면 불을 더 잘 지필 수 있었거든. 그렇게 만들어진 불로 집 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고, 요리도 할 수 있었지.

아침이 되면 아이들의 밥을 먹여주었어. 그리고 물질을 하러 바다로 나갔지. 그 사이에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아빠는 갓난아기가 배가 고파 울면 바닷가로 향했단다. 갓난아기는 엄마의 쭈쭈(젖)를 먹어야 하니까. 물질하던 엄마는 바다 밖으로 나와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고 다시 물질을 하러 갔지.

오후에는 밭으로 가서 일을 했단다. 고구마를 캐기도 하고, 밭에 뿌려 놓은 곡식의 씨앗들이 잘 자라도록 돌보았지. 그리고 저녁에는 가족들의 옷을 바느질하거나, 다음 날 물질하러 나가기 위해 도구들을 손질했지.

어때? 해녀 엄마는 할 일이 너무 많지? 하지만 세상의 엄마들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다만큼 커서 이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단다.

그 누구보다 강한 엄마들이지. 거센 제주의 바람도, 깊은 바다에서 오래 숨을 참는 것도 다 이겨낸 엄마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