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운동회

운동회에서 발견된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것

by 문핑

62개월의 아이에게 니체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는 니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전에 딸아이는 나에게 바로 묻는다.

“엄마, 니체가 뭐야?”

서재에 들어갔던 딸아이가 자신의 클랜 티셔츠와 같은 오렌지 색의 표지로 된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발견한 것이다.

“니체는 철학이라는 공부를 했던 사람이야.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 공부하는 거지. 그리고 니체의 생각들은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지.”

“니체가 무슨 생각을 했는데?”

“니체의 생각은 얼마 전에 린이 학교에서 했던 운동회 Sports day에서도 찾을 수 있는걸?


얼마 전 딸아이의 학교에서 운동회 행사가 있었다. 경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규칙이 정비된 상호 경쟁을 하고, 개인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관중석에 앉은 아이들은 경기를 구경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스포츠 참여로 이끌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팀이나 지지하는 선수를 노래와 율동, 구호 등을 통해 응원하고 이는 일종의 놀이가 된다.

이렇듯 운동회는 경기, 놀이, 문화(나아가 예술까지)가 어우러져 참여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축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특징이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축제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행사에 참여한 모든 아이들이 이긴 팀에게는 환호의 박수를, 경기에 진 팀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모두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다. 운동회의 모든 장면에서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1. 디오니소스적인 것


디오니소스 신은 올림푸스에 사는 신들 중에서 인간과 신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신이란다. 아버지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 신이고 어머니는 인간 세상에 살고 있던 세멜레였어. 디오니소스는 어린 시절 님프들이 키워주었어. 디오니소스는 자라면서 포도를 재배하는 방법과 포도주를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지. 그리고 인간들에게 기쁨을 주고 괴롭고 슬픈 일들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축제의 신(혹은 포도주의 신)’이 되었단다.

<바쿠스(디오니소스),1858, 안토노비치 브루니>



1) 도취

린이가 학교 생활을 하거나 집에서 지낼 때 지켜야 하는 규칙들이 있지? 학교 교실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수업 중에 일어나서 점프를 하거나 뛰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지. 집에서도 밤늦은 시간에는 뛰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아. 그런데 운동회가 되면 마음껏 뛰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하며 신나게 춤을 추지. 그리고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 응원을 하고 잔디밭 위를 뛰었지. 바로 그 순간의 린이는 아주 신나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어. 니체는 디오니소스 축제 기간에 사람들이 느꼈던 바로 그 기분과 순간을 ‘도취’라고 했단다.


2) 사티로스 합창단

예전에 그리스라는 나라에서는 축제 기간에 연극 공연을 하였는데, 그때 무대에서 연극의 내용을 음악과 춤과 함께 말해주는 ‘사티로스 합창단’이 있었어. 사티로스 합창단 사람들은 그리스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 연극 무대에서는 원래의 자기 모습이 아닌 합창단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단다. 린이가 경기를 했던 날 떠올려봐. 엄마의 딸, 교실에서의 학생이었던 린이의 모습이 아닌 선수가 되어 경기가 진행되는 운동장에서 뛰고 있었지.

사티로스 합창단을 보던 관객들은 이 합창단들의 무대를 통해 이야기 속 장면들을 상상하게 되고 그 이야기에 빠지게 되었어. 운동회에서도 마찬가지야. 린이가 경기를 하지 않을 때는 관중석에 앉아서 응원을 하고 있었지? 린이네 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집중하며 바라보았고, 경기에 이겼을 때 그 기쁨을 선수들과 응원하는 친구들 모두 함께 나누었을 때를 기억하니?

사티로스 합창단이 무대에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관객들이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운동회에서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과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 모두 경기에 빠져드는 모습은 같은 거란다.


3) 합일

운동회를 통해서 친구들은 한 팀이 되어 서로 응원하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지? 그리고 경기에 진 다른 팀에게는 잘했다고 박수를 치면서 모두 함께 운동회를 즐겼어. 린이네 반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 학년이 모두 하나가 되어 교가도 부르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먹었지. 운동회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았던 건 운동회를 하며 모두 하나가 된 모습을 보았던 것 아닐까?


2.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디오니소스의 힘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인 힘은 사람들과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과 세상이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힘이란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에 친구들은 교실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경기에서 뛰고 있는 선수, 그리고 응원단의 모습이 되었지? 그리고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신나는 시간을 보냈어. 니체는 바로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그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강한 힘이 생긴다고 생각했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 같은 팀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 그리고 운동회에서 열심히 했던 모든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냈던 마음이 린이에게 더 착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되도록 만들어. 그래서 운동회에서 끝난 후에 친구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고, 더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힘은 운동회뿐만 아니라 린이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축제, 연극 발표회와 같은 큰 행사에서 계속 발견하게 될 거야. 그리고 린이가 멋진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힘을 줄 거야.

<딸의 운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