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선녀가 나타났다!

어린이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

by 문핑

미취학 자녀들과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책 작가가 누구인지 물으면 아마 백희나 작가를 대답할 것 같다. 그림을 보면 엄마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시절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참신하고 요즈음 같은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주인공을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장수탕 선녀님>은 아이와 함께 원작과 비교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어린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책 속의 그림과 스토리가 무대 위에서 재현되는, 이른바 ‘무대화’된 <장수탕 선녀님>을 아이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57개월 딸과 함께 공연장으로 발걸음 하게 되었다.




1. 무대화된 <장수탕 선녀님>


공연장에 가면 객석 입장 전 아이들이 장수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세트장이 있다. 엄마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고, 아이들은 엄마의 이야기와 눈앞에 재현된 실물을 보고 만지며 장수탕을 체험하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본 공연이 시작되면 책에서 볼 수 없던 조명, 배경, 노래, 춤, 그리고 엄마가 읽어주는 것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로 책 속의 문자가 생명을 얻은 듯하다. 더욱이 책의 내용이 보다 자세히 풀이되고, 더 보태어져 원작보다 꽉 찬 이야기로 무대를 채운다.


"엄마, 노래도 불러주니까 더 재밌다."
" 선녀님이랑 덕지가 물속으로 내려가는 건 없었는데?"
"덕지 아플 때 엄마가 노래 부르는 것도 없었잖아?"

"책은 눈앞에 보이는 무대가 없지만, 린이가 무대를 상상해서 꾸밀 수 있지. 이야기도 만들어 낼 수 있어. 뮤지컬에는 노래도 있고, 책에 없었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 대신에 공연을 보고 린이 상상과 비교할 수 있지. 나라면 이렇게 노래를 만들었을 텐데, 이런 이야기도 넣어봤을 텐데 하고 말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책을 읽거나 공연을 보거나 린이가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거란다. 린이를 더 재밌게 만들고 생각하고 싶게 만드는, 바로 마음을 두드리는 감동 말이야."

<딸이 만든 장수탕선녀님 무대>



2. 교육적 의미


-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

주인공 덕지는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를 미는 동안은 움직이지 말아야 하고, 때를 미는 것이 아프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지는 요구르트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선녀님을 위해 뜨거운 물이 들어가 꾹 참고 때를 불린다. 그리고 때수건으로 박박 문질러지는 것을 참는다. 때를 잘 밀고 나면 늘 보상으로 받는 소중한 요구르트를 선녀님에게 양보한다. 맛있게 요구르트를 마시는 선녀님을 보며 덕지는 흐뭇함을 느낀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덕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서 자기희생을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할 때 어린 연령의 유아들이 너무 큰 자기희생을 하지 않도록 일러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고마움에 대한 표현

선녀님은 자신을 위해 요구르트를 준 덕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한밤중에 덕지 방에 있는 세숫대야의 물속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덕지가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배려와 감사에 대한 실천은 아이의 삶에 행복이라는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덕지는 때를 밀고 난 후 엄마가 사 주신 요구르트를 선녀님에게 드렸어. 그리고 덕지의 마음에 감동받은 선녀님은 덕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 만약 선녀님이 고맙다는 인사를 안 했다면 덕지는 어땠을까? 아마 자신의 마음보다는 요구르트만 좋아했다고 오해했을지도 몰라.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고 표현했기 때문에 덕지와 선녀님 모두 행복했던 거란다."


3. 내가 선녀라면?


<장수탕 선녀님>은 뮤지컬과 책, 그리고 모티브가 된 원작까지 읽어보고 아이에게 한 번 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원작에서의 선녀는 날개옷을 훔쳐간 나무꾼의 제안에 따라 나무꾼과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은 후에 날개옷을 되찾아 자신이 원래 살았던 하늘나라로 돌아간다. 하지만 <장수탕 선녀님>에서의 선녀는 나무꾼의 제안을 거절하고 “계속 여기서 놀아야지, 신난다!”라는 말을 하며 오랜 시간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선녀의 수동적/능동적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다르게 전개된다.


“나무꾼, 그건 나쁜 행동이야. 내 날개옷 돌려줘.”


내 딸이 말한 대로라면 선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나무꾼은 잘못을 뉘우친 후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주고, 선녀는 하늘나라로 돌아가 가족, 친구들과 지내다가 다시 산속 연못으로 내려와 물놀이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올 따뜻한 봄날, 장수탕에서 다시 한번 선녀님을 만나기를 고대하는 딸과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디선가 누군가 만들어낼 또 다른 선녀의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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