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서커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Alegria>

by 문핑

내 딸의 만 4세가 끝나갈 무렵의 추운 겨울, 이번 방학은 꼭 특별하게 기억될 무언가를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그러한 관심의 종착지는 엄마들의 입소문과 온갖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광고가 가리키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였다. 이 공연은 꼭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 퀘벡의 문화 인간의 신체 영역의 확장-움직임, 노래, 연기-이 고스란히 반영된 미학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공연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딸이 가장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에서 주인공 홍시가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어 하는 내용을 보고 한참 서커스 놀이에 빠져 있었던 터라 나에게나 딸에게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1. 생명 존중 사상이 반영된 서커스

<서커스에서 킥보드를 타는 곰>

오늘 우리가 보는 서커스는 아주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라>는 팀의 공연이야. 이 서커스가 왜 유명해졌는지 아니? 예전에는 서커스 공연에 많은 동물들이 출연했어. 여러 마리의 코끼리들이 무대로 나와 한 줄로 서서 기차놀이를 하거나 아기 곰이 킥보드를 타기도 했지. 호랑이나 사자는 높이 뛰기를 하거나 커다란 링을 통과하는 묘기를 보여주어야 했어. 그런데 생각해 보렴. 우리 집 알라(반려강아지)는 ‘앉아’라고 하면 앉지 않아. 린이가 알라에게 몇 번이나 알려주었는데도 잘하지 못했어. 우리는 알라가 속상해하거나 힘들까 봐 더 이상 시키지 않았지. 알라는 뛰고 싶을 때 뛰고, 눕고 싶을 때 눕지. 강아지뿐만이 아니라 동물들 모두가 그렇단다. 사람들 마음대로 연습을 시킬 수 없어. 우리가 우리 마음껏 생각하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야 하거든. 태양의 서커스는 동물들이 출연하지 않고 사람들의 실력만으로 멋진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보여주었지. 그리고 이 서커스를 본 사람들은 더 이상 동물들의 묘기를 보고 박수치지 않게 되었어. 대신 더 멋진 공연을 보여 준 사람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냈지.



2. 플롯이 삽입된 서커스


플롯에 대한 정의는 구체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1. 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물, 사건, 배경을 조화롭게 하여 배열하는 것이다.
2.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詩學)』에서 사용했던 미토스(mythos)라는 말의 번역에서부터 유래된 것으로, ‘미토스’는 비극에서 일련의 인과관계가 있는 사건들의 질서 있는 결합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날 서커스는 어떻게 공연되었다고 했지? 맞아, 동물들의 묘기와 사람들의 곡예를 보여주는 무대였어. 하지만 그 무대에는 이야기나 노래가 없었고,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었지.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달랐어. 플롯이 있었지. 플롯을 린이가 좋아하는 <캐치 티니핑>으로 설명해 보면, 주인공인 로미가 이모션 왕국에서 하모니 마을로 떨어진 티니핑들을 캐치하는 내용이지. 로미가 티니핑들을 캐치하기 위해서 만났던 티니핑들의 이야기, 로미가 하모니 마을로 오기 전 이모션 왕국에서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지구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이야기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이 모여 <캐치 티니핑>이라는 이야기를 이루고 있지. 바로 이게 플롯이야.

그럼 오늘 본 공연인 <알레그리아>의 플롯은 무엇일까? 우선 제목부터 살펴보자. ‘알레그리아’는 ‘Joy(기쁨, 환희)’라는 뜻이야. 왜 이런 제목이 붙여졌는지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단다. 무대에는 귀족인 사람들, 브롱스 Bronx, 그리고 천사들이 나온단다. 옛날에 어떤 왕국이 있었어. 하지만 그 왕국의 왕은 나라를 잘 다스리질 못 했어. 그래서 왕은 물러나게 되었지. 왕국에 사는 사람들은 왕국이 새롭게 변하길 바랐어. 하지만 욕심 많은 귀족들과 저 빨간 옷을 입은 Mr. Fleur은 전의 왕이 가졌던 그 힘을 계속 가지고 싶었어.

그리고 노래하는 두 사람은 천사야. 하얀색 옷을 입은 천사는 귀족 편에 서 있는 천사이지만, 더 나은 왕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검은색 옷을 입은 천사는 브롱스 Bronx 편에 서 있지.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는 천사이지만 왕국이 바뀌기를 바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

<노래하는 천사들>

마지막으로 브롱스 Bronx들은 왕국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들이지. 그래서 자신들이 왕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려고 한단다. 바퀴를 굴리는 사람, 불을 마음대로 다루는 사람, 두 손으로 많은 공을 공중으로 던져서 잡는 사람, 훌라후프 묘기를 보여주는 사람, 트램펄린에서 공중 돌기를 하는 사람은 모두 브롱스 Bronx 사람들이야. 묘기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거지. 마치 그들의 힘으로 왕국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하늘에서 뿌려지는 하얀 가루들은 눈보라처럼 휘날리며 바닥을 뒤엎지. 눈 덮인 땅 속에서 새싹, 꽃과 같은 새 생명들이 땅 위로 돋아나듯, 하얀 가루를 치워낸 왕국은 새로운 생각과 힘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단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였던 공중 그네를 생각해 보렴. 한 사람이 먼저 그네를 타다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 두 사람이 함께 그네를 탔지? 바로 하나가 된 왕국을 의미하는 거야. 그래서 왕국은 Joy(기쁨, 환희)가 가득하게 되었단다. 바로 서커스의 제목처럼 말이야.

<Mr Fleur(왼)와 Bronx(오)>



3. 가장 인간적인 방식의 서커스

“엄마 얼마나 연습하면 나도 높은 그네를 탈 수 있어?”

어린 딸아이의 눈에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동작들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에 탄성을 자아냄과 동시에 그 노력의 흔적들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나 보다. <알레그리아> 작품 자체가 지니는 의미는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며 시도하는 태양의 서커스와도 닮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복되는 연습으로 가득 차 있다 해도 반드시 완벽한 무대로 완성될 수 있겠는가? 인간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 생기기 마련이다.


“엄마, 저 아저씨가 공을 떨어뜨렸어.”

곡예사는 자신의 모든 연기가 마친 후에 다시 한번 공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 다시 한다. 이번에는 성공했어!”


딸아이는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물개박수를 쳤다. 관객들은 아까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천막 공기를 가득 채웠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여 성공한 것, 인간은 이러한 스토리에 더 감동을 받는다. 이미 태양의 서커스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완벽함- 추락하지 않고 공중에 머무르는 순간을 갖는 것, 뜨거운 불을 손으로 옮기고 조절할 수 있는 것, 여러 개의 공을 두 손을 사용하여 계속 던지는 것, 단 한 번의 음 이탈 없이 노래를 하는 것들-이 가능하다는 인간의 믿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인간적이다. 게다가 음악과 춤, 연극, 곡예, 무대연출 등 모든 장르의 완벽함들이 조화롭게 화합한 무대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개인과 개인들과의 노력이 어우러져 만든 그날의 공연을 다시 너와 나의 기억에 소중히 안착시키며 말한다.


“린아, 오늘 서커스 무대에서 뭘 봤니?”


“그네 타는 사람이랑 노래하는 사람이랑. 그리고 아까 하늘에서 하얀 종이들도 떨어졌지?”


“맞아, 공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높이 점프하는 사람도 있었지. 린이가 오늘 서커스를 보고 재밌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서커스에 나온 사람들이 매일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기 때문이야. 매일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어떤 날은 연습이 너무 재밌었고, 또 다른 날은 연습이 너무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서커스 공연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연습을 했지. 우리처럼 서커스를 보러 온 관객들을 위해서, 꼭 해내고 말겠다는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함께 공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야. 한 사람이 손으로 그네를 잡고 타다가 그네를 타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기 위해 뛰었던 공중그네 기억나지? 그건 연습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내 손을 잡아도 위험하지 않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하거든. 오늘 우리가 본 서커스 무대는 매일매일의 연습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 낸 결과란다. 그래서 우리는 손뼉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친 거야. 그리고 마음속에 울리는 박수도 쳤지. 서커스 무대를 만든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 꿈을 이루는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야.”

이전 05화깊어지는 봄, 마음으로 추는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