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의 다양한 플레이데이트 양상
따스한 햇살 아래 찬 기운 머금은 봄바람이 불어오면 언제나 새 학기의 설렘이 떠오른다. 나의 시절, 봄은 늘 새로움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우리 딸에게는 뜨거운 햇살과 맞닿은 땅이 그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8월이 새 학기의 시작이다. 나와는 달리 사교성이 좋은 우리 딸은 싱가포르에 금세 스며들었다.
외국의 플레이데이트 문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를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우리에게 찾아왔다. 같은 반 엄마인 J로부터 플레이데이트 제안이 왔다.
오후 4시에 자신의 집에서 아이들이 노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저녁을 먹자는 초대였다. 나와 딸의 알러지 유무를 체크하고, 음식의 맵기에 대해서도 함께 물었다.
플레이데이트 당일, 나 역시 J에게 가족들이 음식 알러지가 있는지를 물어본 후 디저트를 준비해서 갔다.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J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고 저녁 시간이 되자 J네 집 헬퍼가 맛있는 식사를 차렸다. 스리랑카 출신의 영국인 가족인 J는 우리에게 스리랑카식의 커리를 내어주었다.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문화에 대해 알아가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 헬퍼의 음식 솜씨가 참 좋은 것 같다고 하니 J는 그녀의 친정어머니께서 헬퍼에게 이 레시피를 직접 알려주었다고 말해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간단한 디저트를 먹고 헤어졌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플레이데이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렇게 아이와 부모가 함께 집에 초대하는 형식의 플레이데이트가 있는 반면, 헬퍼와 아이들만 함께하는 플레이데이트도 있다. 한국인이나 일본, 중국 엄마들 보다는 주로 서양 가정에서 익숙한 방식인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의 하원을 기다리면서 이스라엘 출신의 이웃 T를 만났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반갑게 서로에게 인사를 했고, 헤어짐을 몹시 아쉬워했다. T는 20분 후에 놀이터에서 플레이데이트 할 것을 제안했고, 헬퍼와 함께 아이를 보낼 것이라 했다. 그 당시 우리 집에도 헬퍼가 있었기에 나도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평소에 헬퍼에게 아이를 잘 맡기지 않는 편인데, 이유는 헬퍼들끼리 만나면(특히 필리핀) 말이 많아지고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아 놀이터로 데리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듣고 싶지 않은 T 가족의 이런저런 얘기와 그 집에 대한 헬퍼의 불만을 들으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플레이데이트이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엄마들 중에는 나처럼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은 만큼 워킹맘도 많다. 평소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프랑스인 친구 I의 엄마가 휴일에 플레이데이트를 제안했다. 오전 10시에 자신의 집에 와서 점심을 함께 먹고 오후 3시쯤 픽업을 오면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고마운 제안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긴 시간 자유에 대해서 말이다. 어쨌든 I의 엄마도 일을 하기 때문에 I 네 집 헬퍼가 아이들을 돌보며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헬퍼가 아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아 공유해 주었다. 이러한 플레이데이트도 싱가포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또 다른 형태로 한국에서처럼 키즈카페에서 만나는 플레이데이트가 있다. 아이와 엄마, 혹은 아이와 헬퍼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안에서는 아이들만 놀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아이들을 장소에 데려다주고 픽업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 간다. 가끔 근처 카페에서 엄마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휴일 날 같은 반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플레이데이트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때는 아빠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어른들도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며 말 그대로 패밀리 플레이데이트를 하게 된다.
이 외에도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슬립 오버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아이만 혹은 아이와 헬퍼를 함께 친구네 집에 보내기도 한다.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 아이가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플레이데이트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한국에서의 플레이데이트와 비슷하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로 조심스레 다가가는 한국과 달리 친밀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조금 더 편한 마음이다.
싱가포르의 다양한 플레이데이트 양상을 보며 깨달은 점, 엄마가 영어를 더 잘한다면 아이들 못지않게 플레이데이트를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영어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영어가 늘기도 하니 여러모로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