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키우는 집

통번역사 엄마의 언어 노트

by Weaving Words

처음에 2024년 처음 한국을 떠나 호주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새롭게 펼쳐질 인생에 대한 부러움과, 나의 석사 공부를 위해서 잠시 남편을 한국에 두고, 홀로 아이를 데리고 떠난다는 용기 혹은 무모함에 우려 섞인 반응이었다.


당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터라, 나를 포함해 많은 엄마 지인들이 역시 자녀들의 초등학교 진학과 교육을 두고 비슷한 불안 속에 있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육퇴 후 늦은 시각, 야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의주제는 아이들의 교육일 것이다. 각자의 현실적인 조건을 들여다보며 계산기를 두들기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펼쳐볼 것이다.


이따금 열리는 엄마들 모임에서는 어김없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진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립학교, 비인가 국제학교, 그리고 공립학교까지. 공식적인 교육의 시발점이라 여겨지는 그 시기에 아이의 교육을 해외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우리 가족의 결정은 누군가에게는 분명 부러움이 섞인 놀라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불안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 역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최소한 모든 사람들에게 숙제처럼 남아있는 '영어'는 풀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시에 내게는 아이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에 대한 숙제가 주어졌다. 아직 한국어도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아이에게, 모든 생활을 영어로 사용하는 환경은 이중언어를 잘 익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0개국어'를 구사하게 될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아이의 한국어와 영어 공부는 끊이지 않는, 진행 중인 숙제이자 프로젝트가 되었다. 나는 이미 클 대로 커버린 성인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 아직 직접 느끼고 경험해야 할 것이 많은 이 아이에게 어떻게 우리의 뿌리인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전해줄 수 있을까. 동시에 새로운 호주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환상의 날씨와 다양한 다양한 스포츠 문화가 발달한 호주의 환경을, 아이는 분명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배워나가야 할까. 두 문화를 어떻게 재미있게 넘나들며, 우리 가족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호주에 온 지 정확히 만 1년이 된 오늘, 그간의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통번역사로서 오랫동안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씨름해 온 내가, 다른 언어를 구사하여 누릴 수 있었던 즐거움과 기회를 아이에게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민해 온 이중언어에 대해, 그리고 이중언어 교육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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