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억만장자들의 천국

카리브해, 럭셔리 리조트 단지

by 애융


카리브해의 이 작은 섬은 억만장자들이 백만장자들을 피해 지은 곳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알고 있는 사람들만 조용히 찾아오는 곳. 1990년대 초반, 은행가와 핀테크 거물들이 이곳에 대대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호텔과 도로, 전기, 해수 담수화 시설이 갖춰지며 섬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섬은 두 개의 세계로 나뉜다. 하나는 마을이 있는 정부 소유의 땅,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 개인이 정부로부터 무기한 임대한 리조트 단지. 마을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리조트 구역이 나타난다. 이곳엔 빌라 소유주와 호텔 손님, 그리고 일부 현지 직원과 외국인 직원들이 거주한다. 리조트 안의 운송수단인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면, 한눈에 섬 전체가 내다보이는 산과 중심을 지키고 있는 오래된 교회, 럭셔리 빌라와 호텔, 골프장, 아름다운 프라이빗 해변과 레스토랑들이 몇 분 만에 연결된다. 한때 소박한 어촌이었던 이 작은 섬은 지난 수십 년간 억만장자들의 손길을 거치며 호화로운 휴양지로 변모했다.


이곳은 프라이빗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전용기와 요트를 타고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셀러브리티들과 글로벌 기업의 CEO들도 있다. 연말이 되면 더욱 조용하고 은밀한 방문이 이어진다. 때론 먼발치에서 보거나 우연히 마주쳐 몇 마디 나눈 적도 있지만, 그들도 가족과 함께 휴식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섬이 단순히 전략적인 투자와 개발자들의 비전만으로 탄생한 곳일까? 표면적으로는 철저한 비즈니스와 정치적 산물처럼 보이지만, 깊고도 따뜻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허리케인이 덮친 뒤, 리조트 소유주는 현지 직원들의 피해 복구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그의 선택이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이 섬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유주 이외에도, 이 섬을 특별한 애정으로 지켜온 한 사람이 있다. 리조트가 들어서기 훨씬 전,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차지한 영국인 신사. 그의 가족은 오랫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으며 마을의 일부가 되었다. 자신의 결혼식에 마을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회자된다. 허리케인 피해 이후에도 그는 외면하지 않았다. 사비를 들여 마을을 복구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해외 기술자들을 불러 무너진 집들을 다시 세우고 있다. 나무로 지어진 집들은 벽돌로 바뀌며 마을은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돈만 많은 사람들이 아닌, 책임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투자자로서가 아니라, 이 섬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거대한 부를 가졌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공감과 책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섬을 다시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의 태도에는 단순한 시혜를 넘어선 존중이 있었다. 이 섬을 일방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배우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기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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