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지 이야기

7. 알래스카 여행기

by 프레이야

la로 돌아왔다. 우린 서로에게 축하와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니가 출근 때문에 바쁘게 나가며 ‘드래건 후루트(dragon fruit)’를 따먹으라 했다. 이 열매는 선인장에 붙어있는 과일이다. 따 먹으러 뒷마당으로 나갔다. 디오쥐(언니네 개)가 무척이나 나를 반겼다.


‘디오쥐를 산책시켜야겠다.’


목줄을 찾아 목에 걸었다. 3년 전의 모습과 비교되었다. 그때는 눈치도 빨라서 목에 줄을 매려 하면 맬 수 있도록 기꺼이 목을 내주었다.


‘상당히 협조적인 놈이군.’ 그땐 그랬다.


그런데 이제 요령도 없어지고 동작도 둔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언니와 통화할 때마다 난, “디오쥐 잘 지내?”하며 안부를 물었었다.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디오쥐였다.



여기서 디오쥐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1999년에 미국 언니네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진돗개 스페이시가 있었다. 2011년에 갔을 때는 진돗개 디오쥐로 바뀌어 있었다. 디오쥐는 스페이시의 딸이다. 디오쥐의 아빠이고 스페이쉬의 남편이었던 진돗개가 있었다. 이름은 모르겠다. 그냥 빅 덕이라고 부르겠다. 어느 날 빅 덕의 주인이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주인은 빅 덕을 데려갈 수 없는 입장이었다.



빅 덕은 창고를 지키던였는데 주인은 마당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그는 빅 덕을 이웃에게 키우라고 주고 갔다. 빅 덕은 그 뒤 꼬박 2년 동안을 바로 그 자리를 지키며 다른 데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위풍이 당당하고 멋있는지 우리 형부가 보고 스페이쉬와 짝을 맺어주어 그때에 디오쥐가 탄생한 것이다. 보통 개들은 새끼를 4~5마리씩 낳는데 빅 덕과 스페이쉬는 디오쥐 한 마리만 낳았다 한다. 빅 덕은 새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짖어댔고, 아무로 빅 덕을 길들이지 못했다. 손님들이 빅 덕 때문에 무서워서 가게에 오기를 꺼려했다. 할 수 없이 새 주인이 시에 연락하여 데려가 안락사를 시켰다. 참 애처로운 일이다.



스페이쉬의 딸 디오쥐는 어렸을 때 욕심이 많았다 한다. 먹을 것을 주면 자기 것은 다른 데다 숨겨놓고 엄마 것을 먹었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스페이쉬가 자꾸 가족들의 발에 차이는 일이 있었다. 언니 가족들이 이 녀석이 왜 자꾸 이렇게 걸리적거리게 하는 거 야하며 동물병원에 가니 이 엄마 스페이쉬가 눈이 멀었다는 것이다. 동물병원에서는 눈을 수술하기보다는 어차피 나이가 들어 얼마 못 사니 안락사를 시키라고 하여 이 놈도 안락사를 당했다.



그 이후 이 안하무인이던 디오쥐 녀석, 기가 팍 꺾여 버렸다. 엄마 스페이쉬랑 있을 때는 그 용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단다. 힘도 세고, 도둑도 잘 막았다. 언니 사는 ‘세리토스’는 도둑이 없는 안전한 동네인데 한 번은 도둑들이 이 동네에 침입하여 많은 집들이 도둑을 맞았단다. 그러나 언니네는 디오쥐 덕분에 도둑을 맞지 않았다고 했다.



삼 년 전 언니네 갔을 땐 아침에 일어나면 조카들과 우리 아이들이 서로 디오쥐 산책시켜주려고 목줄을 들었다. 그러면 디오쥐는 나가는 것을 알고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목에 줄을 매려 하면 우리가 잘 맬 수 있도록 목을 옆으로 돌리고 얌전히 앉아있었다. 얼마나 영리한가? 드디어 창고 문을 열고 디오쥐와 함께 나간다. 이 녀석 막 달린다. 힘이 장사다. 내가 따라가기 어려우면 뛰기를 멈추고 줄을 잡아당겼다. 그럼 내 의도를 알고 천천히 걸었다. 이 녀석, 투사의 기질이 있는지, 지나가는 개가 있으면 싸우려고 달려들었다. 이때 줄을 놓치면 큰일 난다고 한다. 그곳 미국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는데 디오쥐가 물어뜯어놓으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예전에 형부가 어딘가에 갔다가 디오쥐 좀 뛰어놀라고 목줄을 놓아주었는데 경주마에게 덤비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한다. 금방 수습은 되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하셨다.



디오쥐의 일화를 말해보겠다. 언니네 차고에 어느 날 천정에서 드르륵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서 이게 무슨 소린가 의아해했는데 쥐였던 것이다. 이 용맹스러운 디오 쥐 녀석, 순식간에 이 쥐들을 잡아서 의기양양하게 주인 눈에 잘 띄는 곳에 간격도 일정하게 죽은 쥐를 쭈욱 널어놓았다는 것이다. 참 영리한 놈이다. 형부가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어느 날 언니가 닭을 키우고 싶어 병아리를 다섯 마리 사서 디오쥐와 함께 뒷마당에 풀어놓았다. 어느 날 디오쥐가 이 병아리를 모조리 잡아서 간격도 일정하게 또 일렬로 쭉 펼쳐놓았던 것이다. 언니는 디오쥐를 혼내고 다시 병아리를 사다가 뒷마당에 풀어놓았다. 주인의 의도를 파악한 이 녀석, 더 이상 병아리를 건드리지 않아, 무럭무럭 자라 닭이 되어 매일 아침 달걀까지 낳았단다.



캘리포니아는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지금도 la의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산불이 나서 3일째 타고 있다고 한다. 이 산불로 인해 먹을 것을 찾아 야생동물들은 인가로 내려온다. 그 야생동물 중 하나가 코요테(그들은 ‘카 요리’라 발음한다)다. ‘나비효과’다. 어떤 작은 불씨로 불이 붙고 점점 불길이 세어지며 울창한 산과 숲을 태우고 야생동물을 자연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밀려나고, 그 결과 우리 디오쥐, 매일 그놈들과 사투를 벌인다.



낮에 집에 사람이 없으니 담장으로 코요테가 자꾸 올라와서 틈틈이 디오쥐를 괴롭힌단다. 코요테는 점프력이 좋아서 담장을 훌떡 뛰어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해 디오쥐의 정신을 교란시킨 뒤 집중력이 떨어지면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디오쥐가 죽는소리를 해서 나가보니 5마리의 코요테가 뒷마당으로 넘어 들어와 디오쥐와 맞짱을 뜨고 있었다 한다. 언니네 가족들이 나가 코요테를 쫒아 보내고 그냥 두면 코요테 놈들이 다시 들어와 디오쥐를 죽일 것 같아서 며칠간 차고에 넣어 쉬게 했다고 한다.



그일 이후, 언니는 옆집 아저씨에게 요즘 코요테가 많이 출몰하니, 당신은 영어를 잘하니까 시(city)에다 전화 좀 하라고 말했더니 어깨만 으쓱하고 말더란다. 그다음 날, 그 옆집 아저씨의 애완견이 주인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 순식간에 코요테의 습격을 받아 심하게 물려 거의 죽음까지 간 적이 있었단다. 200만 원 들여 수술해서 목숨은 구해놨지만, 그는 자신의 애완견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정신적 충격에서 못 벗어났다고 한다.



우리 디오쥐 지금 15살이다. 시집도 못 갔다. 시집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에 걸맞은 신랑감을 못 보았다 한다. 이 위풍당당했던 디오쥐는 자기보다 못한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를 하여 시집을 보낼 수 없었단다. 불쌍한 디오쥐. 새끼도 한 마리 못 낳아보고, 앞으로 1~2년 이면 수명을 다할 것이다. 어느 날 산책을 나갔다. 어느 집 안에서 컹컹하는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우리 디오쥐, 잠깐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댔다. 이제 겁도 많아졌나 보다.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던 디오쥐. ‘이제 늙었니?’




마을을 돌아 디오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이제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이리저리 헤맸다.


‘디오쥐야 집 좀 찾아줘. 여기가 어디니?’


디오쥐가 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집에 찾아왔다.




코요테는 거의 매일 밤 담장 너머를 노렸다. 그러면 우리 디오쥐 후 다닥 툭탁 거리며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한다. 도대체 코요테가 어떻게 생긴 놈일까 궁금했다.


혹시 코요테가 또 오면 사진 좀 찍으라 했더니, 어느 날 딸이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밤에 찍어서 그런지 깜깜한 화면에 하얀 점 두 개만 찍혀있었다.


“이게 뭐야?”


“코요테 눈.”


서로 눈 똑바로 뜨고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하며 눈싸움을 했단다.


“엄마, 코요테가 도망도 가지 않아. 똑바로 날 쳐다봤어. 20분 동안 그러고 있었어. 이모부가 총 가져오시니까 그때 도망갔는데 진짜 빠르다.”




자신이 애견인 임을 당당하게 밝힌 우리 딸은 평생을 주인을 위해 봉사한 디오쥐를 매일매일 공포에 떨게 할 수 없다며, 벽에 붙어있는 담쟁이들을 정리하고 쌓여있는 낙엽들을 제거했다. 담장 위에 낙엽들이 쌓여서 방석처럼 되어 있어 코요테가 담장에 쉽게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딸은 코요테가 이젠 절대 못 올라올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여전히 코요테는 담장 위로 올라와 상황을 살피고 공기총을 보면 쏜살같이 도망가고, 총 없이 노려보면 도망도 가지 않았다.




산불 난 곳이 빨리 복구되었으면 좋겠다. 코요테는 야생으로 돌아가고 우리 디오쥐는 맘 편하게 살고.


‘디오쥐야,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


‘디오쥐야, 디오쥐야. 강해야 돼. 코요테한테 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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