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화성 탐사선을 타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온 듯하다. 도로 옆으로 회색 암석 덩어리가 오르락내리락거리며 광활한 평원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진다. 가끔은 시멘트 죽으로 부어 만든 듯한 산도 있고 시루에 무지개 떡을 만들어 확 엎어 놓은 듯한 산도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지평선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면 칼로 반듯하게 잘라 놓은 듯한 거대한 암석이다.
우리의 차는 UT(유타)-95번 (바이센테니얼 시닉 바이 웨이) 길을 달리고 있었다. 심상치 않던 울퉁불퉁 암석들은 ‘이거 별거는 아니지만 한번 볼래’라고 말하는 듯 다소곳하게 에메랄드 빛의 강을 보여준다. 사막의 오아시스인가 싶어 달리던 차를 돌렸다.
글랜 캐년 국립공원이다. 아주 작은 에메랄드 빛 하나가 내 발길을 잡았지만, 길을 따라 내려가 보면, 크지 않으면 미국이 아니라는 듯, 이글이글 타는 땡볕 아래에 눈부시게 푸르른 강이 신묘하게 펼쳐져 있다.
수백만 년 동안 침식과 풍화로 만들어졌을 하얗고 우뚝 선 커다란 바위가 강의 중앙에 떡 버티고 있다. 미 서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상레포츠의 장이다. 그래서인지 요트를 실은 차들이 꾸준히 들어가고 나가고 있으며 호수의 가장자리에는 사람들이 촘촘히 들어 앉아 있다.
글랜 캐년은 콜로라도 강과 산 후안 강의 침식과 풍화로 이루어졌다. 이 곳에 댐이 하나 세워졌으니, 콜로라도 강의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1956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백악관 그의 집무실에서 원격으로 발파 버튼을 누른다.
17년에 걸쳐 이 댐은 물이 채워지고 호수가 된다. 그 호수의 이름을 파웰(Lake Powell)이라 지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탐험가 존 웨슬리 파웰의 이름이다. 그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장교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작은 목선을 타고 콜로라도 강의 상류에서 그랜드캐년 지역까지 탐험하며 자세한 지도를 제작했다. 그의 이런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인공호수의 이름을 파웰 호수로 명명하였다.
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험정신, 그 위대한 정신은 그의 이름과 함께 콜로라도강을 따라 오늘도 흘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