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파안의 사단동굴

by 프레이야

파안의 사단 동굴
미소가 아름다운 종업원을 생각하며 호텔 카페로 갔다. 정중하게 하나하나 컵을 놓고, 쿠키를 주고, 주문을 받았다. 그들의 사람 대하는 태도는 정말 감동할 만했다.
아침을 먹는 중에 예약되어 있던 툭툭이가 왔다. 약속시간보다 20분쯤은 먼저 왔다. 툭툭이 기사가 내 가방을 번쩍 들어 차에 올려놓았다. 선생님은 ‘브리즈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를 파안까지 데려다 줄 보트와 파안에서 사용할 툭툭이를 예약했다.

브리즈 게스트하우스는 여행객을 재워주는 일뿐만 아니라, 툭툭이, 보트, 또는 가이드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환전을 해주는 등, 여행에 필요한 일을 다루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게스트하우스 직원들로부터 여행안내를 받고, 함께 여행할 친구를 사귀고, 무료 인터넷을 이용했다.

우린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왔다. 많이 아쉽고 서운했다.
“이제 떠나면 이곳은 오지 못하는 건가요?”
이틀 동안 정이 들었던 가이드 선생님과 직원들이 모두 그리운 사람이 되었다.
‘안녕, 몰레먀인. 잘 있어.’
차는 매연과 먼지를 날리며 달렸고, 단 이틀이지만 눈에 익었던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남자아이와,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가는 아낙들의 모습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얼마 가지 않아 선착장이 나왔다. 갈색의 흙탕물에서 한 여인과 그녀의 아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고 또 한 아낙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들로 분주했다. 선장이 배에 오를 때 손을 잡아주었다. 몰레먀인에서 파안으로 가는 보트다.
양 옆으로 펼쳐진 눈부신 경치와,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바다 위에 펼쳐진 힘찬 삶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옥수수를 잔뜩 실은 보트, 고기잡이 그물을 던지는 바다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주위에 사람은 완전히 사라지고 멀리서 큰 바위산 같은 것들이 아스라이 보였다. 강 위에 큰 바위산이 우뚝 우뚝 서 있었고 꼭대기에 뭔가가 반짝거렸다.
"저게 탑이가? “ J가 물었다.

카메라의 렌즈를 망원으로 당겨 보았다. 렌즈 안으로 조그맣게 불탑이 들어왔다. 산과 큰 바위 위에 수많은 불탑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 옆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아이들이 달려 나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제주도에 여자가 많은 것처럼 이곳 미얀마는 아이들이 많다. 구석구석, 시골 오지에도, 섬에도,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동안 배는 달렸고 무인도와 바다처럼 넓은 강을 보며 에이다를 생각했다.
‘에이다’(영화 ‘피아노’의 여자 주인공)가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어쩌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비밀스럽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사랑인 ‘베인스’를 향해 홀린 듯 달려간다. 그녀의 남편은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두렵다며 그녀를 그에게 돌려보낸다. 사랑 앞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그녀가 푸르른 바다 위에 놓인 피아노 앞에 앉아 영혼의 피아노 연주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그런 지독한 사랑을 한 그녀가 부러웠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집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었다.’라고. 에이다의 남편이 그녀만 받아들이고 그녀와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인 피아노를 그대로 바닷가에 놓고 오지만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

이제 배 안도 조용해졌다. 머리를 옆으로 대고 어슴프레 잠이 들었다. 나른하면서 마음이 고요해졌다.
배가 모래톱 옆으로 향하더니 멈추었다. 화장실에 갔다 오란다. 고운 모래 사이로 발이 푹푹 빠졌다. 발바닥이 뜨거웠지만 감촉은 좋았다. 화장실은 없고, 넓은 백사장 옆으로 키 높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숲 사이사이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숲이 무성하고 광활하며 사람이 없는 적막감만 남아있는 그곳은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급한 발걸음을 하는 우리를 관대히 받아주었다.

한 시간 반을 더 가서 파안에 도착했다.
파안은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소수민족인 까렌족의 본거지로서 산과 호수, 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선착장에 배가 닿으니, 부두의 남자들이 밧줄을 던져 배를 끌어들여 나무기둥에 매었다. 배와 땅 사이를 널빤지로 연결하여 그것을 발판 삼아 배에서 내렸다. 강기슭엔 온갖 생활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흙길을 달리는 자전거와 트럭과 나무의 잎들이 흙먼지로 붉어져 있다. 집과 집 사이는 붙어 있고 2층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많이 낡았다.

우린 동굴을 갈 것이다. 4시간 반을 배 타고 왔으므로 몸이 피곤했다. 시골길로 접어들자 갑자기 온도가 뚝 떨어지고 싸늘해졌다. 가방에서 긴팔 옷을 꺼내 입었다. 구불구불 휘어진 붉은 흙길 옆으로 키 크고 가지가 넓게 벌어진 나무들이 서 있었다. 머리에 나무 땔감을 이고 가는 여인들과 동행하는 개의 모습이 보였다. 흙먼지 날리는 길이 한 동안 이어졌다.

길이 좁아지면서 주위의 풍경은 연녹색의 논으로 바뀌었다. 그 논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무척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동굴 앞에 도달하니 입구엔 하얀 코끼리 동상이 계단 양옆에 자리하고 우린 그 사이의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사단 동굴이다.
동굴은 보통 사람들에겐 관광차 원지만 미얀마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미얀마 동굴에는 수많은 부처님이 계시고, 사람들이 동굴을 찾을 때는 전통문화 축제나 학술적 연구 또는 성지 순례지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미얀마 여행업계에 의하면 미얀마엔 14개의 동굴이 있다. 그중 8개가 이곳 까에잉주(Kayin State)에 있고 우리가 방문한 사단 동굴은 그중 하나이다.
까에잉주 8개의 동굴에서는 매년 물축제라는 것이 열린다. 미얀마 물축제는 미얀마 신년 직전인 4월에 약 5일간 열리는 대규모 축제이다. 집집마다 봉안된 부처상의 얼굴을 향내 나는 물로 씻고 행인들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뜻에서 물을 뿌린다.

과연 동굴 안에는 서 있는 부처님, 누워 있는 부처님, 큰 부처, 작은 부처, 매우 작은 부처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동굴 천장엔 가장 작은 포유류인 박쥐가 매달려 있었다. 관광지라 하기엔 작고 수수한 동굴이다.

인터넷 신문인 ‘Holiday 미얀마’ 2002년에 쓰인 글을 보면 양곤 소재 ‘SST 여행사’는 의욕적으로 이 동굴을 미얀마 최초의 공식 동굴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사단 동굴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이 의욕을 보였던 것이 실현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둠의 동굴을 빠져나오니 나루터가 나왔다. 카누를 타고 다른 하나의 동굴을 통과해 논둑 옆으로 난 수로를 따라 나왔다. 석양에 물든 논은 고요하고 한적하고 아름웠다. 나는 철벅거리며 노 젓는 소리에 감상적 상념 속으로 빠져 들며 조용한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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