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휴식
어제가 동지였던 모양이다. 지인이 미얀마에서는 팥죽을 먹을 수 없으니 팥죽을 먹으라고 팥죽과, 부침개, 막걸리의 사진을 보내왔다. 이곳 미얀마의 날이 덥고 여행의 일정을 따르다 보니 날짜 가는 것을 몰랐다. 문득 시간이 벌써 3분의 1이 지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일정을 보며, 오늘은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자못 기대와 설렘이 크다.
호텔 아침식사 때 포리지(흰쌀 미음)가 나왔다. 모처럼 고향의 맛을 느끼는 듯 해, 그 고마움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가 미얀마 여행을 가게 허락하고 이곳에서 새삼 나의 정신세계를 성숙시키게 해 준 내 땅을 생각했다.
오늘은 하루 쉬는 날이다. 아침을 호텔 식당에서 여유 있게 먹었다. 여유는 참 좋은 것이다. 아마 우리가 지금까지 강행군을 해왔으므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일 것이다. 밀린 글도 쓰고 낮잠도 잤다. 호텔 측에서 우리의 편의를 봐주어 저녁때까지 호텔에 묵을 수 있었다. 호텔에서 점심도 먹고 저녁까지 먹었다.
드디어 7시 삔우린행 버스시간이 되었다. 버스가 호텔 바로 앞까지 오므로 역까지 갈 필요가 없다 했다. 짐을 모두 호텔 정문 밖으로 꺼내놓고 버스를 기다렸다, 한 대가 지나간다. 우리 버스가 아니다. 또 지나간다. 우리 버스가 아니다. 이곳 미얀마에서는 1시간 지연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기다리다 지루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기 그곳에 그 별이 있었다. 이게 무슨 별자리일까?
선생님은 카시오페아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아니면 말고.’
그리스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 놓았던 그 파란만장한 별자리 이야기가 있었건만 지금 난 그게 뭔지를 모르겠다.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밤공기가 무척 차가운데, 그때까지도 호텔 직원 네다섯 명이 우릴 배웅하려 남아 있었다.
호텔 한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호텔의 경비를 서는 듯한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몸이 좀 풀린다. 우리의 버스가 7시라고 말하니 8시는 되어야 온다고 한다. 물론 그가 약간의 영어와 미얀마 말을 했으니 눈치로 이해한 내용이다.
버스는 7시 45분에 왔다. 버스는 크고 높아, 보기에도 좋은 버스라는 것이 느껴졌다. 자리가 넓었다. 물도 한 병씩 주고 담요도 있어, 추우면 덮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밤새 달려 삔우린에 우릴 데려가 줄 것이다. 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굉장히 눈에 익은 모습이다. 우리가 파안갈 때 들렸던 휴게소가 아닐까 하여 전에 찍어놓았던 사진과 대조해 보니 똑같았다. 화장실 가는 길목과 식당 입구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차를 한잔씩 마시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이곳에서도 그 이름 모를 별이 하늘에서 더욱 반짝거렸다. 버스는 10시간 이상을 달리면서 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