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덜컹 곡 테익 철교를 건너다.(9)

by 프레이야

덜컹덜컹 곡 테익 철교를 건너다.(9)
삔우린 역에서 띠보 가는 기차를 탔다. 덜컹덜컹 옆으로 위로 뛰어오른다. 주위에 앉은 서양인들은 이 야호~를 외친다.

기차 창틀( 유리창은 없다.) 통해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간질인다. 기차 양옆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의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바나나 나무 사이로 민가가 보인다. 꼬약꼬약 아이들이 기차를 보고 뛰어온다. 손을 흔들며 팔딱팔딱 뛰기도 한다. 푸른 초원에 덩치 큰 소들이 풀을 뜯고 농부들은 쌀을 수확하고 있다.

우린 어젯밤, 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 기차를 타고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스는 3시간 걸리고 경치는 그다지 좋지 않고, 기차는 7시간 걸리는데 경치가 좋고, 기차는 지저분하고, 흔들리고, 미얀마에서만 탈 수 있는 기차라 했다.

미얀마에서만 탈 수 있는 기차란 말에 끌려 좀 더 많은 사람이 기차를 선택했다. 우린 어퍼 클래스 기차를 예약하고자 했으나, 두 자리 만을 확보했고 나머지는 오디너리를 구했다. 오디너리 클래스는 현지인을 만나볼 수 있고 고생 무지하게 할 거라 했다.

기차를 타고 보니 잘 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곧 알았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인생은 한 박스의 초콜릿과 같다. 나에게 어떤 초콜릿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버스를 선택했다면 그 나름대로의 어떤 맛이 있었겠지만, 이 기차만큼 짜릿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퍼 클래스는 2만 원, 오디너리는 2천 원이다. 그러나 재미로 따지자면 그 반대다. 어퍼 클래스는 사람들이 조용하다. 독서를 하던가 가끔 카메라를 꺼내 들기도 한다. 오디너리로 건너가 보았다. 선생님이 높으신 분 왔다고 일어나서 깊숙이 인사를 했다.

열차칸에 들어서자마자 큰 광주리에 담긴 토마토가 보였다. 싱싱한 토마토만큼이나 사람들에겐 활기가 넘쳤다.
오종종,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는 한 커플은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는 나의 말에 오케이를 하고 서로 꼭 껴안았다. 부끄러워하는 부인과 괜찮다고 달래는 남편의 모습이 얼마나 정다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열차는 가끔 역에서 선다.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려 휴식도 취하고 먹을거리도 산다. 밝은 햇살 아래 머리에 물건을 이고 있는 사람들과,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들과, 과일을 나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의 건강함을 느낀다.

샘이 곧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곡 테익 철교가 나올 거라 하였다. 드디어 다리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창가에 바짝 기대어 연속 셔터를 눌러댔다. 옆에 있던 미얀마 친구들이 자리를 내주었다. 고맙고 넉넉한 마음이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농사짓는 모습, 소의 이동, 미얀마의 가족들, 손 흔드는 아이들, 꽃과, 나무들을 보았다.

곡 테익 철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철교란다. 게다가 곡 테익 철교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까마득히 높은 철로 위에서 휘어진 레일 위를 말 타듯이 튀어 오르고, 상하로 심하게 흔들려 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정부에서도 위험하다고 경고를 했다는데 어떻게 계속 운행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나게 탄 매우 인상적인 기차 여행이었다. 7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난 다시 어퍼 크라스로 갔다. 중간 역에서 사람들이 내려서 1인용 의자가 몇 개 비어있었다. 드디어 창을 하나 차지하고 나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공책을 꺼내 , 내 상념의 날갯짓을 옮겨 적었다.

드디어 우리의 도착지인 비보에 도착했다. 역에서 현지 사람들이 종이에 이름을 써서 손님들을 찾고 있었다. 미스터 차알스 호텔의 사람들을 만나 툭툭를 타고 먼지 나는 시골길을 달려 한 로지에 도달했다. 경치가 좋았다. 한쪽엔 강이 흐르고, 볏짚으로 지붕을 한 로지 후론트는 마치 현지인이 사는 집 같다. 그들은 우리에게 수박과 음료를 대접했다. 목이 말랐던 터라 우린 순식간에 먹어치웠고 선생님은 체크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을 다 끝낸 선생님이 수박을 먹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다. 다음부터는 선생님 수박을 꼭 지켜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로지는 개장한 것이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깨끗했고, 메니져의 영어 발음이 깔끔했고 매너도 세련되었다.
호텔의 안내에 따라 선셋 힐을 가기 위해 툭툭를 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식혀주었다. 언덕을 오를 때 어린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이곳의 미래가 밝은 것은 건강한 마음과 어린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수도 없이 많은 아이들이 몰려다닌다.

참 좋다. 예쁘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마치 프라하에서 본 블타강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저녁밥을 지으려는지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세상에 이런 호강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녁은 강가에 있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왜냐?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니까. 촛불을 켜고 우아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비 2500짯.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게 먹고 이천 오백 원이라니.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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