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7 트레킹 둘째 날 (미얀마 여행기 11, 띠보)
밤을 지나 새벽이 되었지만 난 눈만 감고 있을 뿐이다. 차가운 냉기가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문 옆에 두었던 오리털 파카를 가져다 입고 이불을 몸에 돌돌 감아 냉기가 덜 올라오게 했다. 잔뜩 웅크렸다.
가끔 가르릉 거리며 코 고는 소리가 어둠을 타고 들려온다. 나는 일행과 떨어져 자고 있지만 천장이 뚫려 있는지라 한 공간에서 자는 듯 주위의 모든 뒤척임이 들려왔다.
새벽이 되자, 앙칼진 암탉 한 마리가 꼬꼬댁 거리며 울어대더니 동네 닭들이 합세하여 한없이 울어댔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나섰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조그마한 플라스틱 바구니에 쌀과, 꽃을 담아서 불교사원으로 향했다. 난, 팔라우 사람들의 인사말인 ‘감사’라고 인사를 건넸다. 우리를 호기심 깊게 훔쳐보던 그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캄사’하고 응대를 해주었다.
산책 후에 물통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이를 닦고 세수를 하였다. 밤새 추위에 언 몸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좋겠지만 날도 차고 온수도 없으니 대충 씻고 하루 버티기로 작정했다.
거실로 오니, 거실 중앙에 있는 화덕 근처에서 주인아저씨와 이웃에서 마실 온 할아버지가 정답게 대화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마실 오는 것을 보니 이웃집과 가족 같이 생각하고 사는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바깥주인이 술에 취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아주머니가 아침상을 차렸다. 우선 7개의 컵에 차를 따른 후, 우리 일행 앞에 하나씩 놓아주었다. 그리고 반찬을 내왔다. 밥은 어제 먹다 남은 찬밥이다. 넓고 오목한 접시에 밥을 듬뿍 담아 내주었다. 먹다 보니 머리카락이 하나 나왔다. 미얀마답다
아침밥을 먹고 안주인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무척 미인이란 생각이 든다.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여러 번 사진을 찍었다.
위층 창문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바깥주인이 소리를 지르더니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도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 주는 매혹이다. 그는 왜 사진을 찍는가. 나는 왜 그의 사진을 정신없이 찍는가. 어쩌면 그는 자신의 영상을 남기고 싶었고, 나는 그의 모습, 그 너머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붙잡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바깥주인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대문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린애같이 떠나가는 사람이 아쉬워 끝없이 손을 흔들었다.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동안 안내해준 가이드 싸아씨도 같은 집에서 잤다 한다. 그와 함께 바나나무 숲, 차 나무 언덕, 개울물을 건네주면서 많은 정이 들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와와 하며 달려왔다. 어깨엔 큰 바구니를 메고 있는 아이도 있고, 손에 도시락을 든 아이도 있다. 찻잎을 따서 큰 바구니로 옮기는 사람도 많았다. 참으로 부지런한 민족이다.
트래킹을 하면서 소중한 것들을 깨달았다. 나 자신과 대화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운동도 하고 머릿속도 정리하니 일거양득이다.
4시간의 트레킹 후 우리를 맛있는 식당으로 데려다 놓은 후 가이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쌀밥과 브로콜리, 생선조림과 함께 맛있게 밥을 먹었다. 벌써 식당밖에는 차알스 호텔 툭툭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툭툭을 타고 붉은 황토흙을 뒤집어쓰면서 롯지에 왔다. 직원이 시원한 수박과 음료를 내놓았다. 오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무척 기분이 좋다. 먼지 뒤집어쓴 옷을 빨아 햇볕에 널었다.
날이 몹시 덥더니 곧 어둠이 내리면서 다시 냉기가 흘렀다. 후론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맥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