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여행기 2탄>

인천공항에서 하노이로

by 프레이야

<사파 여행기 2탄> 인천공항에서 하노이로

26.01.11. 일요일.


커튼을 열어본다. 눈이 쌓여 있다. 가인에게 전화한다. 출발 시간을 한 시간쯤 앞당길 수 있을지 묻는다. 좌석은 전부 매진. 역시. 괜히 물어봤다. 괜찮겠지 뭐, 대한민국인데.


시간을 계산한다. 정부청사 12시 39분. 공항까지 두 시간 반. 그러면 3시 10분. 베트남 항공은 오후 6 시 6분 출발. 여섯 시간 비행. 자정. 짐 찾고 나오면 한 시쯤. 잠깐 멈춘다. 그럼 베트남은 몇 시지? 시차 검색. 우리가 두 시간 빠르다. 그럼 베트남 시간 밤 11 시. 거기서 슬리핑 버스. 사파까지 여섯 시간.

… 길다. 항공권은 혜율이 끊었고, 일정은 가인의 아들이 짰다. 버스, 숙소, 다 되어 있다. 나는 말 그대로 따라가는 역할이다. 이 역할, 익숙하다.


오후가 되니 눈은 거의 녹아 사라졌다. 정부청사 앞. 가인이 먼저 와 있다. 얼굴을 보니 힘이 난다. “재밌게 놀다 오자.” 버스에 오른다. 여기저기서 말소리. 여행 가는 사람들 특유의 소리다. 기사님이 찬물을 끼얺는다. 조용히 해달라고. 버스 안이 한 번에 정리된다.


이어폰을 낀다. <책 읽어주는 남자, 단잠>을 찾아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글이란다. 시간에 강박증이 있는 부인. 일부러 늦는 남편. 공황. 신경증.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노심초사하는 부인은 안중에도 없이, 준비한 선물박스를 찾으러 다녀오겠다고 태평스럽게 방으로 향하는 남편.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던 부인은 남편을 부르러 나가지만 어느 순간, 어떤 느낌 때문에 조용히 되돌아와 아들이 있는 파리로 떠나 버린다. 그리고 순종적이고 조신하게 편지를 보낸다. 두 달간 지속적으로.


두 달 뒤 돌아온 집, 현관 앞에 쌓여 있는 편지 더미. 보일 듯 말듯한 미소, 전화 한 통. "승강기가 고장 난 것 같아요, 와 주실 수 있나요?" 블랙 코미디다.

…깔끔하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야 제 맛이다.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밖을 본다. 인천공항이다. 다섯 명이 만났다. 웃음이 터진다. 반가움과, 안도와(다정의 앞니), 기대와 여유로움의 웃음이다. 혜율은 면세품을 찾는다. 인터넷 주문. 픽업 카운터. 가방, 화장품, 트레킹화, 할인정보. 이런 건 타고 나는 사람이 있다.


공항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사 먹는다. 출국 수속. 길다. 생각보다 길다. 좌석이 갈린다. 나는 뒤쪽 첫 줄. 네 명은 앞쪽 맨 뒤. 내 옆엔 아기 안은 젊은 엄마. 그 옆은 빈자리. 나는 창가. 아기가 귀엽다. 아기짐이 한 보따리, 아기를 안고 어르고 재우는 어린 베트남 엄마. 한국에 미용공부 하러 왔단다. 유학 중에 아기를 낳고 방학이 되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고. 아기를 계속 보다 보니 목이 굳는다. 기내식이 나온다. 감동 없는 음식. 시간이 간다. 비행기가 내려간다. 하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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