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CATS

by 프레이야

2000.8. 7. 런던

비행기가 서서히 공항에 착륙을 시도한다. 런던이 시야에 들어온다. 녹지대, 푸르른 숲에 꼭꼭 박혀 있는 빨간 지붕들, 벽돌색과 초록색이 멋있게 어우러져 아름답다. 템즈강이 보인다. 홍콩에서 런던 히드로 공항까지 14시간 소요. 입국 수속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큰 버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아마 여행사에서 그때그때마다 임대해 쓰는 모양이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우리를 pick up, 약 20분 소요. 전체적인 런던 시내를 볼 수 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조그만 상자에 차곡차곡 물건을 집어넣은 듯 정돈되고 오밀조밀하다. 좁다란 골목, 미로 찾기 하면 재미있겠다. 이곳이 세계를 주름잡았던 영국인가. 그때의 영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주 소박한 느낌. 너무 거대하다거나 지나치게 광활하여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편안한 느낌. 영국인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영국의 거의가 평지다. 산이라고 해봐야 언덕 정도의 높이밖에 안 된다. 버스는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진입한다. 붉은 벽돌집, 또는 색칠하지 않은 대리석 그대로의 건물들. 이 땅의 건물들은 모두 심심하게 놔두지를 않았다. 정말 뭐라도 조각을 해서 아름답게 장식했다. 예술의 생활화. 유서 깊고,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나라. 전혀 난잡함을 찾아볼 수 없고 얌전하다.


런던의 날씨는 금방 추웠다 금방 따뜻했다, 조금 비가 왔다 멈추고, 정말 예측할 수 없다. 우산을 항상 들고 다녀야 한다. 영국의 명물 2층 버스가 눈에 띈다. 그것도 붉은색. 호텔 앞에 버스가 선다.

TC(여행 인솔자)는 호텔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이미 기대는 하지 않은 상태다. 배낭을 메고 호텔 앞에 섰다. 참 감격적이다. 정말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낡았지만 기품 있어 보이는 이곳에서 잘 수 있다니. 호텔 입구는 자갈로 반죽해 깔았다.

아직 check in 하기는 이른 시간이라 배낭은 짐 보관함에 맡겼다. 짐 넣는 방은 항상 개방되어 있어 귀중품을 그곳에 보관하면 안 된다. 잃어버리면 본인만 억울할 뿐, 누구 하나 책임져 주는 사람은 없다. 현금과 여권을 전대에 넣고 배에 찼다.


간단한 가방 하나만 메고 우리의 제1목적지인 버킹검 궁전으로 향한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이면 러셀 역에 간다. Russel Square에서 underground(지하철)을 타고 그린파크 역에서 내렸다. Green garden을 통해 버킹검 궁전에 갔다. 위병 교대식을 보려 했으나 오늘은 행사가 없단다. 광장에서는 빨간 투피스를 입은 소년 소녀단들이 합창을 한다. 스위스 풍이다. 물어보니 스위스에서 왔단다.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참고: 스위스 사람을 스위스라고 하고 , 나라 이름 스위스는 스위츠 랜드라고 해야 해요. 처음엔 스위스를 나라 이름이라 생각하고 "Are you from Swiss?라고 한 소녀에게 물어보니 얼른 대답을 못하더군요.)

다음은 Westminster Abbey. 가다 보니 한국대사관이 눈에 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니 경상도 억양의 대사관 직원이 우리를 맞는다. 그분은 National Gallery, 그리니치 천문대를 추천한다. 버킹검 위병 교대식은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궁전 안은 유료다. 그 안에는 별 볼 일 없으니 구태여 돈 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한다. 또한 여기는 국제적인 관광지라 소매치기가 판치니 전대를 꼭 차고 다니란다. 하루 평균 10명이 소매치기당했다고 찾아온단다. 그분은 친절하게 물 값이 비싸니 물을 받아가라고 말해준다. 고마운 동포. 유학 왔다가 그냥 런던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대사관을 나와 Westminster Cathedral을 보았다. 웅장한 성당. 성당의 한쪽 지붕은 타일로 온통 모자이크해 놓았다. 영국인의 사고방식을 엿보게 해 준다. 삶의 질. 영국을 보며 자꾸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성당 구석구석, 너무나 아름다운 조각들. 무채색의 대리석 조각들 , 화려하지 않은 아름다움.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려고 하니 엘리베이터 안에 한 할아버지가 1인당 2파운드씩을 내라 한다. 런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면서. (여러분 가지 마세요. 별 볼일 없습니다.) 영국은 건물이 낮기 때문에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감옥 창살 같은 곳을 통해 런던 시내를 보고 내려왔다.


그다음은 National Gallery로 향했다. 너무나 방대해서 다 볼 수는 없고 입구에서 받은 팸플릿에 적혀있는 중요 부분만을 보기로 했다. 렘브란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고호, 마네, 모네, 루벤스. 피카소 고갱.... 이게 미술 감상이란 말인가. 작품 하나에 약 20초. 그 큰 건물을 거의 뛰다시피 훑었다.

국립 미술관을 나와 트라팔가 광장을 배경으로, 아니 넬슨 제독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사진 하나 찍고 다음은 Westminster Abbey.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약 20분을 줄 서서 기다렸다. 영국의 유명한 사람들의 묘가 있는 곳. 역대의 왕 일족들, 귀족들, 또는 시인들의 무덤이 있었다. 이들은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실내에 무덤을 만들 수 있었을까. 거대한 대리석 무덤 위에 갖가지 조각, 또는 무덤 주인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실제 모습으로 조각해 뉘어 놓았다. 정말 대단하구나. 영국인을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위대한 업적을 보고 어찌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Abbey를 나와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또 한 번의 감탄.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그 옆의 빅벤. 15분 간격으로 종을 울린다. 탬즈강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찰칵.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예술성. 그다음엔 어디로 갈 것인가. 템즈강 유람선이냐, 오페라 cats 공연 관람이냐. 오페라 cats의 명성을 이미 알고 있기에 연극의 본토인 런던에서 cats를 보자고 결정. 표는 여러 곳에서 팔았다. 최저 13.10파운드에서부터 47(?) 파운드까지 있다. 런던까지 와서 최저 가격으로 볼 순 없고 그다음의 19파운드짜리는 사야겠다. 철순이 아빠와 공연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 한 이탈리아인 만났다. 약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데 그는 이탈리아에서 영어교사로 있으며 학생들 34명을 인솔해 왔고 그들의 티켓을 구하러 왔단다. 학생들 것은 13.10파운드 , 본인 티겟은 19파운드짜리로 살 거란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부럽군. 19파운드짜리 티켓 달라고 하니 오늘 것은 동이 났단다. 오늘 볼 수 있는 표는 최소 35파운드 이상의 것만이 있단다. 으헉, 35파운드(6만 원). 갈등... 철순이 아빠는 그냥 사자고 한다. 떨리는 가슴으로 35파운드 티켓 5장 구입. 나중에 들으니 외국인이 당일권을 사려하면 일부러 비싼 티켓을 사게 한다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밥을 먹고 싶은데 눈에 띄는 한국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허기져 한국식당을 계속 찾을 여유가 우리에겐 없었다. 근처에 China Town 이 있으므로 중국집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고서는 무슨 음식인지 모르겠다. 볶음밥을 시켰다. 달랑 볶음밥만 나온다. 반찬 같은 것은 없냐고 하니, 볶음밥에 무슨 반찬이냐고 한다. 단무지 한 조각도 없다. 물 한 모금도 공짜가 없다.

식사 후에 런던 극장으로 갔다. 극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우리의 좌석은 2층에 있었다. 정말 특이하다. 무대가 고양이 소굴같이 생겼다. 갑자기 거대한 소리를 내며 연극이 시작되었다. 오페라이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다. 바브라 스트라이잰드의 '메모리'와 cats 주제곡이 여러 번 나온다.

난 졸기 시작한다. 비행기 타고 17시간, 이리저리 런던 관광, 그리고 배까지 채웠으니 졸릴 수밖에.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비싼 돈 주고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나 연기는 훌륭하다. 약 1시간이 지나자 배우들이 사라지고 객석의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거 끝난 건가. 왜 이리 빨리 끝나지? 일어나 가려다가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끝난 것이 아니란다. (시작도 끝도 모르는 연극감상) 배우들은 진지하게 연기를 했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뒤에 앉은 노란 머리의 아가씨에게 물어본다. " I don't know." cats에 대한 대본을 읽어보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단다. '이해가 안 가는 군. 자기 나라 말도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 다시 앞에 앉은 여자에게 물어본다. 그녀는 얼굴에 온통 감동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 모두에게는 cats 가 있다. 배우들의 동작 하나 노래 하나하나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연극에 흠뻑 취한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녀의 태도를 보니 이렇게 졸고만 있을 게 아니었다.

2부에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봐야겠다고 다짐. 2부 시작. 5분 지나자 또 졸린다. 굉장히 열정적인 연극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3~4시 인 걸. 연극이 막바지에 다다랐고 한 cat이 'memory'를 부른다. 가슴속에 뜨거운 무엇이 올라온다.



미리 연극 팸플릿을 살 걸 하는 후회가 인다. 연극이 끝나고 지금까지 연극에 참여했던 cats가 하나씩 날듯이 뛰어나와 인사를 한다. 정말 예술이다. 마구 박수를 쳤다. 옆에 앉아있는 남편은 계속 졸기만 해놓고 무슨 박수냐고 핀잔한다. 졸았을 망정 cats에 대한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가면서 팸플릿도 하나 사고 배우들과 사진도 한 장 찍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출구 쪽은 팸플릿도 배우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이 감동을 남기기 위해 앞에 앉아있던 영국 여자와 London Theater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었다. 그때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한국에 가면 꼭 cats에 대해 알아보리라. 우리나라도 cats 같은 우리 고유의 문화상품을 많이 개발하면 좋겠다.


높은 벽, 좁은 골목, 유서 깊은 겉모습과는 달리 호텔 내부는 2층 철제 침대 2개 (4명이 잘 수 있음), 에어컨, 수도, 수도 위에 거울 (너무 높아서 얼굴의 눈썹 윗부분만 보인다.)이 전부로서 하룻밤 때우는 정도의 시설이다. 화장실은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 샤워할 때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 일 수 없을 정도다. 전기코드는 우리와 달리 꽂히는 부분이 3개짜리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이며 덩치 큰 서양사람들이 왜 이런 것은 작게 만들었을까.

cats의 감동을 가슴에 안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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