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그랑 팔라스 2000.8. 9.
벨기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단다. 호텔식(훌륭함)을 먹고 여유 있게 근처 아토뮴을 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남자들이 피곤하다며 한숨씩 자자고 한다. 느직이 호텔에서 나와 전차와 , 지하철, 버스를 골고루 타며 Midi역에 도착해 락커에 짐을 맡겼다. 역에서 걸어 5분 거리에 그랑 팔라스가 있다.
"Can you speak English?" 노란 머리의 서양 청년이 길을 물어보겠단다. 난 길을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내 말에 아랑곳 않고 자꾸 지도를 보라고 한다. 그러는 사이 갑자기 검은 옷을 입고 인상이 험해 보이는 4명의 괴 청년이 나타나 우리의 길을 막는다. (그곳에 나, 태호 엄마, 철순이 아빠만 있었고, 남자 둘은 벌써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당신들 누구냐?, 당신이 왜 저 사람과 말을 하고 있느냐? 여권을 보여달라.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며 위협적인 자세로 마구 간격을 좁혀온다. 정신이 아찔하다. 여권을 함부로 내놓으면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기 때문에 , 우린 여권 없다며 정신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붙잡지는 않았다.
그랑 팔라스에 도착.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된 그랑 팔라스를 본다. 정말 대단하다.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하랴. (꼭 한번 보시길)
그랑 팔라스 주위에는 홍합과 바닷가재를 판다. 벨기에의 특산품이란다. 바닷가재를 먹으려 가격을 물어보니 1인당 1,000 벨기에 프랑. 다섯이면 5,000 벨기에 프랑. 갖고 있는 돈이 4700밖에 없기 때문에 대신에 홍합을 먹기로 했다. 홍합은 5종류가 있었다. 각각의 값은 1인분에 500 벨기에 프랑 안팎. 5종류를 모두 1개씩 주문했다. 여러분도 보았을 것이다. 복잡하고 좁은 시장통에 우아하게 table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들.
우린 붉은 촛대에 불을 밝히고 역시 붉은 table보가 깔려있고 분홍색 냅킨을 꽃처럼 접어놓은 곳에 앉았다. 바케트 빵과 버터가 우선 나왔고 감자튀김이 나왔고 한참 후에 우리나라 것 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홍합이 나왔다. 전기 압력 밥솥에 들어가는 통처럼 생긴, 아니 코펠 모양의 시커먼 무쇠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내온다. 각각 하나씩 맡아 5분씩 먹기로 한다. 다음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또 다른 홍합을 맛본다. 이런 식으로 5가지를 골고루 맛보았다. 맥주를 시켰다. 맥주 맛이 일품이다. 체리향이 난다. 식당을 나와 벨기에의 특산품인 수예품을 구경한다. 조그만 수예품도 비싸다.
쿵콰과광, 어! 저게 뭐야. 얼른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간다. 취타대가 음악을 연주하며 행진한다. 관광객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친다. 흥겨운 한마당이다. 벨기에에 볼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랑 팔라스 하나만 봐도 의의 있다 하겠다.
오줌싸개 동상을 보고(별거 아니다.) 생미셀을 보러 간다. 지나가는 남자에게 생미셀을 물어보니, 바로 코 앞을 가리키며 "저기"하고 컬컬 웃는다. 알려준 곳으로 들어가니 한 남자 직원이 입장료를 받고 있다. 1인당 100 벨기에 프랑. 이 곳이 생미셀이냐고 물어보니 생미셀은 안쪽에 있고 이곳은 박물관이란다. 이곳을 거쳐야 생미셀로 가는 줄 알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니 에게, 이게 뭐야. 달 그림 , 지구 그림, 분화구 그림 몇 점에 벽에 걸려있고 조잡하게 모방한 이집트 상형문자가 그려진 바위가 몇 개 있다. 안 쪽으로 들어가려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 길로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휴 속상해. 이것도 박물관이라고 돈 받냐? 너무 속이 상해 그 직원에게 말했다. " 난 이곳이 '생 미셀'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 "노우" 아주 천천히 남의 속도 모르고 생미셀은 저쪽에 있다고 말한다. 아마 생미셀과 박물관 안쪽의 건물 이름이 비슷한 모양이다. 그가 알려준 대로 찾아갔다. 우와! 정말 이곳은 건물들이 왜 이렇게 다 웅장한 거야. 하얀 성당 건물이 반짝반짝 빛난다. 신의 힘이 위대한 걸까. 인간의 힘이 위대한 걸까? 감탄, 또 감탄.
미디 역(Midi station)에서 하나투어 일행을 만나 유로 패스를 한 장씩 받았다. 쿠셋(간이 침대칸 1등석)에 들어서니, 어유, 정말 너무했다. 부자 나라에서 침대칸이 이게 뭐냐. 열기가 푹푹 나고 우중충한 밤색 침상이 1칸에 좌우 3개씩 6개 있다. 먼지가 풀석풀석 날린다. 난 3층에 올라가 누웠다. 덥다. 3층에 배낭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모든 배낭을 그곳에 올려놓고 체인으로 꽁꽁 묶어 놓았다. 그래도 소매치기가 가져가는 수가 있단다. 전대는 여전히 배에 매달아 놓고. 기차가 움직이며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벨기에의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12시간을 달려 내일 뮌헨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