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프라우

by 프레이야

8/12 스위스 - 융프라우 등반

호텔 레스토랑에서 제공된 아침은 정말 간단하다. 따뜻하게 구운 빵, 우유, 주스, 커피. 조촐하지만 빵이 맛이 있고 우유도 유난히 고소하다. 레스토랑에서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본 스위스는 정말 아름답다. 푸른 녹지, 그 위의 그림 같은 집들. 호텔을 나와 인터라켄 우스트행 기차를 탔다.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다. 내리기 전에 화장실을 들렸다. 문 손잡이 앞에 빨간 표시가 있다. 아마 누군가 있나 보다. 한 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본다. 아무 소리도 없다. 잠시 후 다시 두드린다. '와 따따따 따다...' 안에서 억센 악센트로 소리를 지른다. '이크, 무서워. 얼른 뒤로 물러난다. 그 사이에 맹인이 하나 와서 화장실 앞에 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한 작달막한 할머니가 나온다. 눈에 불을 켜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나는 눈을 마주칠까 봐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잠시 후 인터라켄에서 내리는데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눈다. 그 사이에 우리 일행 중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나 보다.


기차에서 내려 다시 산악 열차로 갈아탔다. 융프라우 산악 열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아름다운 알프스 산을 감상한다. 중간에 내려 알프스의 만년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 열차는 융프라우 정상에 올라섰다. 열차에서 내려 휴게실로 들어가니 따뜻하다. 큰 유리를 통해 알프스의 웅장함을 보았다. 휴게실에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있다. 스위스의 시계와 맥가이버칼, 의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지 마세요. 엄청 비쌉니다.)


우린 만년설을 직접 만져보고 싶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줄을 많이 선 곳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에 올라 타니 그 기차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이상하다. 이거 그냥 밑으로 내려 가버리는 아냐?' 그때 검표원이 왔다. 표를 보여주고 이 기차는 산아래로 내려가는 기차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우린 Ice Palace로 가려했는데 잘 못 탄 것 같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겠다며 가 버린다. 한참 후에 열차가 중간 정차하고 아까의 그 여자 검표원이 내리라며 따라오라 한다. 그녀가 가르쳐주는 대로 올라가는 열차로 갈아탔다. 그 열차는 처음에 우리가 탔던 경로대로 중간중간 서서 관광객을 내렸다 태운다. 우린 꼭대기까지 가서 Ice Palace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얼굴의 검표원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다음에 내려 어떻게 가라고 말한다. 우리가 내리자 그녀는 따라 내리며 기차 떠나기 전까지 설명을 해준 다음 좋은 여행 되라고 말하며 기차에 다시 탄다. 철두철미한 서비스 정신. 이래서 선진국인가.


고도가 높고 산을 뚫어서 만든 통로이고 또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숨쉬기가 곤란해지며 마구 어지럽다. 우린 숨을 헐떡이며 입은 헤~ 벌린 상태에서 얼음 궁전에 들어갔다. 알프스 만년설의 얼음 덩어리를 굴처럼 뚫어 놓고 곳곳에 얼음 조각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녹지 않는다. 얼음 동굴을 통과하니 휴, 숨통이 트인다. 이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거대한 만년설을 밟으며 웅대한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전망대까지 올라가 융프라우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이런 걸 세계적이라 하는구나, 감탄.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오우, 하하'. 예의 그 할머니를 다시 만난 것이다. 그 할머니는 무언가를 열심히 안내하고 싶어 했다. 그 할머니 앞에 앉았던 철순이 아빠는 나를 부르더니 그 할머니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한다. 왠지 좀 걸렸지만 그 할머니 앞으로 가 앉았다. 그 할머니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train을 쮸렌, country를 깐 쮸리로 발음한다.


또 한 번의 기차를 갈아탈 기회가 와서 그 할머니와 같이 앉지 않으려고 천천히 기차에 오르니 그 할머니는 우리 일행 5명의 자리를 이미 잡아놓고 앉으라는 것이다. '으, 이 할머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구나.' 할 수 없이 그 앞에 앉아 즐거운 듯 이야기를 했다. 즐거운 척을 하다 보니 정말 즐거워졌다. 그 할머니는 간호사였으며 여러 나라에서 일했고 6 나라 말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한 번 왔다 한다. 기차에 내려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인자하게 웃는다. 화장실 앞에서의 그 무서운 할머니가 이미 아니었다. 기차에 내려 그 할머니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었다. 그 할머니는 우리 일행 모두에게 뽀뽀를 했다. 내 목에 입술을 갖다 대고 쪽-하고 뽀뽀를 한다. '아, 간지러워.' 걸어가는 모습이 씩씩하다. 배낭을 메고 굽 낮은 구두를 신고 눈에 힘을 주며 걸어간다. 대단한 할머니다.


융프라우 등산열차를 타고 올라갔다 오는데 거의 하루가 다 갔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든다. 슈퍼에서 과일과 빵을 사서 먹고 다시 슈퍼에 가니 문이 닫혔다. 남편은 맥가이버칼을 하나 사고 싶어 했다. 역 근처 가게는 문을 닫았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맥가이버 칼을 사야 했는데 내려가 사려다 보니 상점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고 그곳에서 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잠시 후면 스위스를 떠날 텐데...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볼까? 그래도 상점 문은 닫혔을 거야.'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문 밖으로 나가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기념품 가게가 있다고 한다. 구세주 같은 말을 듣고 가다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동네다. 공원이 있고 강물이 정말 꿈결같이 흐른다. 아름다운 꽃, 나무, 조각들, 환상적인 다리,


벤치들... 또한 관광객을 위한 마차들도 여러 대가 있었다. 맥가이버칼의 가격은 정상에서 보다 훨씬 싸다. 칼을 하나 사고 다시 역으로 왔다. 오늘 밤 야간열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가는 것이다.

우리 쿠셋에는 이탈리아 부부가 타고 있었다. 갑자기 긴장이 된다. '이탈리아 , 프랑스에는 날치기가 판 친다는데 이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일까?' 50대 정도로 보이는 부부는 인상이 좋아 보였다. 그래도 요주의 인물이다. 우리의 TC는 또 한 번 당부한다. "전대 꼭 배에다 차고 주무세요. 야간열차의 소매치기 장난이 아니에요." 우리의 배낭을 체인으로 꽁꽁 묶는다. 아! 잠시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이탈리아로 가는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독일, 퓨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