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물의 도시 베네치아
새벽 5시 30분에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산타루치아 역 락카에 짐을 맡기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해본다. 베네치아는 볼거리가 2~3시간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아주 낡은 베네치아의 골목을 걸어 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상쾌했고 영화 속에 나오는 빈민촌을 연상케 한다. 골목은 좁고 건물은 낡았으며 다닥다닥 붙어 있어 집안에 햇볕이 들어갈 것 같지 않다. 이런 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가끔 가게인지 유리창 밖으로 전시된 물건들을 볼 수 있는데 꾀죄죄하다. 9시 30분 정도가 되자 어디에서 사람들이 나왔는지 사람들로 북적대고 상점도 문을 열기 시작한다. 조그만 광장에 여기저기서 리어카 장사가 진을 치고 순식간에 활기찬 시장이 되어 버렸다. 날이 밝아지면서 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강한 햇살, 눈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다. 산 마르코 광장에 가면 아름다운 산 마르코 사원과 두칼레 궁을 볼 수 있다. 광장에는 비둘기가 많다. 광장 뒤로 가면 물의 도시를 감상할 수 있고 물 위로 여러 궁전이 있어 볼만하다. 이제 베네치아의 볼거리는 다 본 것이다.
오후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여행사에 화가 난다. 이렇게 볼거리 없는 곳에 이틀씩이나 배정해 놓다니. 우린 가까운 리도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해수욕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다. 배를 타고 약 30분 가면 리도섬이 나온다. 섬 이름은 아름답지만 좋은 곳은 아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표가 매진되었으니 무료 해수욕장으로 가란다.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파라솔 대여가 다 끝났다는 것이었다. 시커먼 흙모래와 태양이 작열하는 바다뿐. 어디 한 군데 그늘이 없다.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서양 사람들은 그 강한 햇볕 아래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뜨거운 날에 한 시간만 있어도 화상을 입을 텐데. 어떤 아가씨들은 팬티만 입고 있다. 그런 모습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미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노출된 모습을 많이 보아 왔으므로.
몸은 끈적거리고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 발길을 되돌려 나오다 맥주를 몇 병 가게에서 시켰다. 1인당 3000리라씩 자릿세를 받는다. 자릿세 받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특별히 갈 곳도 없고 하여 한 동안 앉아 있었다. 주인은 오랫동안 앉아 있는 우리들이 싫었던지 음식이 남아있는 접시를 자꾸 치우려고 한다. 한 동안 뭉기적 거리다 오후 2시에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잤다. 호텔도 엉성하다. 정말 짜증 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