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랑가바드, 미안해요, 릭샤왈라

by 프레이야

2003. 1. 13. 아우랑가바드

새벽 5시에 아우랑가바드에 도착 호텔에 짐을 풀고 한 숨 자고 일어나 황, 김, 박 선생님과 함께 호텔 밖으로 나갔다.

호텔 입구에 여러 명의 릭샤왈라가 있다. 손으로 가리키며 저쪽 갔다 오는데 얼마인지 물으니 190루피 (약 4,800원)란다. 어림없는 소리. 가격을 흥정하여 1인당 20루피(500원)로 하고 릭샤에 올랐다.


릭샤왈라는 친절하게 마을 설명을 해 주었다. 오토릭샤는 요리조리 잘도 헤쳐나간다. 갑자기 뛰어드는 자동차, 염소들, 오토바이, 그 모든 장애물들을 피해 갈 때의 그 스릴. 우리가 놀라 꽥 소리를 지르면, No problem. 걱정하지 말란다.

그래 무서울 것이 무엇인가. 이들은 이런 생활을 수없이 해온 사람들인데. 믿고 나니 너무나도 재미있다.


릭샤왈라는 아우랑가바드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 마을은 비단과 양탄자로 유명하며 그 역사가 2,000년이나 된다고, 모두 손수 짠 것이라고, 그 품질은 세계적이라고. 그러면서 공장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한다.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우리는 이미 쇼핑이 끝난 상태라서 살 것이 없다고 거절했으나, 안 사도 된다고, 자기는 자기의 손님인 우리에게 공장을 구경시켜주고 싶어서 일뿐이라며 No, problem. 을 외친다. 우리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를 한 직조공장에 데려갔다.


우리가 도착하자 공장 주인이라는 사람이 문을 따고 불을 켰다. 공장이라기보다는 가게였다. 걱정 말고 구경만 하란다. 이곳은 매우 싸고, 호텔의 물건이 이곳에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호텔은 비싸다 한다. 주섬주섬 물건을 내어놓는다. "그만 하세요. 우린 이런 것 안 써요." 그래도 막무가내. 호텔에서 20루피에 산 그림을 이곳에선 100루피 부른다. '싸다고? 흥. 갑시다."


나중에 우리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이곳의 비단과 양탄자는 유명하지 않다고 한다. 난 500원으로 1시간을 빼앗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한 대에 두 명이 탔으니 릭샤왈라에겐 1,000원) 그는 우리가 물건 사주기를 바랐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고 릭샤왈라는 그래도 여전히 친절했다. No problem. 을 외치며. (후회 1-팁을 줄걸.)


오후에 전용버스를 이용해 다울라타바드 성채를 보러 갔다. '바드'라는 지명은 이슬람 왕국이 건설한 도시에 붙어 있다. 이 성채는 샤자한의 아들 아우랑제브가 건축했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 했던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여러 겹으로 성을 쌓았고, 수비가 풀렸을 경우를 생각해 '어둠의 방'을 만들었다. 너무나 깜깜하여 앞뒤를 분간할 수 없고, 만약 이 곳까지 뚫렸을 경우 그다음엔 빛의 방.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 순간 적들은 빛을 향해 달려가고 성채 위에선 그들에게 돌과 뜨거운 물을 쏟아붓는다. 만약 이곳을 통과한 적들이 있다면 그들은 칼날을 바닥에 박아 놓은 방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 곳은 도저히 통과할 수가 없다.

미로 같은 성채, 그 성을 적에게 점령당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전쟁으로 성안의 병사들은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아우랑가바드엔 아우랑제브의 묘가 있다.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그의 아버지 샤자한을 성에 유폐하고 왕이 되기 위해 그의 동생들을 없애버렸다는 아우랑제브. 광적으로 건축을 해나갔던 아버지 샤자한에 대한 반감과 ,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생각해서였을까? 자기 무덤을 크게 만들지 말라 명하고 평범하게 묻혀 있는 아우랑제브.


멋있는 두 남자 샤자한과 그의 아들 아우랑제브의 진면모가 무엇일까 ,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하다.


다음엔 엘로라 석굴군. 줄기차가 쫒아오는 장사군.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마라. 서울까지 쫒아올 테니.

저녁에 타지마할의 축소판인 비비 키 마크 바라에 갔다. 아우랑제브의 아들이 그의 어머니를 추모해서 만들었다 한다. 즉 아우랑제브의 부인 묘이다. 타지마할을 보기 전이라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교교히 흐르는 달빛 아래 비비 키는 신비롭게 빛나고 있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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