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라호에서 만난 나라얀이란 친구

by 프레이야

2003 . 1. 26 . 카주라호

카주라호는 인구 8,000명에 호텔이 4개, 공항이 1개인 조그만 도시이다. 미투나 상이 있는 이곳 사원들은 8세기에서 11세기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사용은 하지 않는다. 이곳 역시 아까운 사원.

사원에 들어가기 전 남편에게 전화. 반가운 남편, 왜 이리 전화를 안 하냐고. 남편은 내가 너무 이뻐서 눈이 똥그래진 인도 남자들이 이쁜 마누라 잡아간 줄 알았다고..... '이히히 , 농담도 잘하셔.'


다음엔 엽에게 전화-"여보세요. 어, 누구지? 엽이 좀 바꿔 줘.", "엄마, 나야. 엽이야. 지금 라면 먹고 있어서 목소리가 그래. 엄마 인도에 있어?"..... (애들은 집에서 라면 먹고, 나는 좋다고 돌아다니고, 찔리네.)


미투나 상- 성행위를 조각으로 표현. 아줌마인 탓인가? 하나도 얼굴이 따갑지 않다.

점심식사 후 한숨 늘어지게 자고 마을 구경을 나섰다. 상쾌하고 분주하지 않은 한적한 시골. 인도인들은 다정히 눈을 맞추고 인사를 했다. 한 남자가 자기 집을 구경시켜 준다고 하였다. 쫒아가서 인도인의 집을 보고 싶다. 두렵긴 하지만 운명을 신의 뜻에 맞기고 따라갔다.

150년 전에 할아버지가 지으셨단다. 입구는 낮았고 안은 어둑어둑하다. 약간 겁이 났다. 입구에서 만나는 첫 방은 손님이 왔을 때 놀이도 하고 재워도 주는 곳. 자기는 브라만 계급이고 부자라 한다. 부엌, 창고를 거쳐나가자 안뜰이 나왔다. 그곳에 그의 어머니와 제수씨, 조카 등을 만났다.

여자들이 있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옥상에서 미투나 사원의 모습이 보인다.

담장 밖에서는 꼬마들이 크리켓(인도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을 하고, 소와 개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그의 아버지의 하인이 우리에게 짜이를 한잔씩 주었다. 짜이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중 그의 누이 빈 누가 올라왔다. 갓 결혼한 13세 빈 누는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신랑에게 받은 큼직한 금 목걸이를 자랑스럽게 걸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이름을 물어본다. '황'이라고 하자, 피 양?-아니 '황'-햔? - 아니 '황' - 히얀? 하며 킥킥 웃는다.


그 남자의 이름은 나라얀, 나라얀은 25세라 한다. 어우, 난 40대 중반인 줄 알았는데....

자기는 좀 더 특별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다 한다. 한국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좋은 한국 여자 소개해달라며...

(왼쪽은 시바신, 오른쪽은 그의 부인, 가운데는 그들의 아들

가네 이쉬 아. 시바신이 아들을 죽이자 그의 부인은 몹시 슬퍼했다. 시바신은 지나가는 코끼리의 목을 그의 아들 몸에 붙임) 나라얀의 집 벽에 걸려있던 액자 사진임.


옥상에서 내려와 그의 아버지 방, 동생방 등을 구경시켜주었다.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길래 (거짓말로) 호텔에서 남편이 기다리기 때문에 빨리 가야겠다고 정중히 거절을 하고 나오려는데 가는 길에 자기 가게 구경을 시켜준다고 한다.

'아 그래, 이 남자의 목적이 물건 팔 기로군.' 우린 물건 안 산다고 하자, No problem. 사라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 구경을 시켜 주고 싶을 뿐이라나.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황선생 님과 함께 그의 가게에 갔다. 닫혀있던 가게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정말 친구인 것처럼 부담 하나도 안 주면서 구경시켜 주었다. 그때 전기불이 나갔다. 이곳은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툭하면 전기가 나간다.

처음 호텔방에 들어왔을 때 양초가 있길래, 별게 다 있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No, problem. 그는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성냥을 찾아 촛불을 켰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친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시 불이 들어왔다. 인도에 있는 한 친구를 기억하기 위해 자기 가게의 물건을 하나 사 줬으면 좋겠단다. 자기는 팔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물건을 보고 오늘 있었던 인도인과 한국인이란 개념을 넘어선 진정한 친구로서 자기를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라며 권한다.' 어휴, 조잡해. 뭐, 사줄 게 있어야지. 물건다운 것이 있어야 사주지. 그냥 100루피를 달라고 하면 주겠다.'


나라얀, 당신은 우리에게 부담을 주고 있어요. 우리는 이런 장식품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하자, No problem! 그럼 내가 갖고 있는 뭐라도 기념할 수 있도록 달라고 한다. 가방을 뒤져봐도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없다. 난 호텔에 비취 샌들이 하나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 하고 물었다. 물론이지요. 그래서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황 선생님과 함께 호텔방으로 들어와 줄거리를 찾아보았다. 난 비취 샌들, 황 선생님은 한 번도 신지 않은 아널드 파마 양말을 갖고 호텔 로비로 나왔다.


나라얀과 호텔 직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나라얀은 극구 사양을 하며 내일 자기 가게에 들려 달라며 급히 나갔다. 호텔 직원이 그에게 듣기 싫은 소리라도 했던 것일까? 인도 가이드 비끄럼은 그 사람이 신분 높은 브라만인데 제일 낮은 곳에 위치하는 신을 주어서 기대에 차지 않아 갔을 거라 한다. 사기꾼이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히 '신발'이라 했는데.... 그렇게 친절했던 사람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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