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그라행 기차가 12시간 연착됩니다.

by 프레이야

사진출처: 클라우드 투어


2003. 1. 18. 바라나시

지프를 타고 사파리 투어에 올랐다. 이곳 인도는 염소와 개, 소가 거리에 널려 있고 우리 차 바로 앞으로 귀여운 아기 염소가 똑바로 우리를 쳐다본다. 숲에는 원숭이, 사슴, 소, 새... 가 있고 그곳에서 그랜드캐년과 나이아가라 폭포와 같은 멋진 자연을 만났다.

점심 식사 후 공항에 나가보니 어제 비행기를 기다리던 외국인들이 다시 나와 있다. 제 시간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비행기가 도착했다. 모두들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가뭄에 목마르던 사람들이 비를 맞이하듯, 감격과 환희의 박수를.

(갠지스 강가에서)

바라나시에 도착해 먼저 녹야원으로 갔다. 녹야원은 부처님의 최초의 설 법지, 인도에서 불교도가 1%도 못 미쳐서인지 생각보다 초라하다. 큰 벽돌탑이 하나 있었고 잘린 여러 개의 탑들, 인류의 스승 석가가 머물렀던 곳, 5,000년 전의 인물이 지금까지 우리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훌륭한 분을 생각하며 석탑을 어루만졌다.

열차는 밤 12시로 변경을 시켜서 놓아 저녁 밤기차를 타고 아그라에 가야 했으므로 일정은 바빴다.

바라나시에서 자전거 릭샤를 타고 갠지스강으로 가보시라. 온갖 종류의 경적을 울려대며 한 방향으로 스칠 듯, 스칠 듯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내 경적소리는 어떠한지 서로 자랑하며 견주듯 짜라랑 짜라랑, 지지지 지지, 삐융 삐융, 뚜두 두두두... 그 복잡한 시장통을 앞다투어 장애물 경주하듯 빠져나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온갖 매연으로 눈이 따갑고 목이 아파도 어슬렁거리는 멧돼지, 소, 개 등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 화장터로 향하는 시체 한구를 들고 떼 지어 떠들썩한 요령소리와 구령을 부르며 성스런 갠지스로 향하는 이들. 강가에 가까워지자 비릿한 냄새, 속이 메스껍다. '혹시 화장터에서 나는 냄새?'


바라나시는 내 생각과는 달리 살아 있는 도시였다. 나름대로 정돈되어 있었고 일단 거지가 눈에 띄지 않았고 모두 뭔가는 자기 일이 있는 듯했다. 구걸보다는 호객 군이 많았다. 화려하고 도시다운 가게가 눈에 많이 띈다. 유명한 바라나시의 미로도 보인다.

갠지스가의 가트에서는 하루 두 번 일출 때와 일몰 때 의식을 치른다. 승려들이 제단에 앉아서 염불을 외우고 요령을 흔드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갠지스 강에서 나룻배를 탔다. 꽃잎 위에 촛불을 밝혀 성스런 갠지스강에 나의 소망을 하나 띄워 보낸다.


이곳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옛날 모습 그대로라 한다. 바라나시에서 태어난 것을 큰 행복으로 알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다른 곳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수상의 말도 듣지 않고 오직 스님 말만 들으며 성스런 갠지스강과 함께 살고 있다.


긴급뉴스- 오늘 아그라행 기차가 12시간 연착됩니다.

잘 되었다. 밤에 왔기 때문에 갠지스의 수질이 어떤지, 안개도 심하고 어둡기도 해서 서운했었는데 다른 일정은 취소하더라도 갠지스강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화장터가 있는 가트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그만 굴을 파고 그곳에 신의 상을 놓고 절하는 모습,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모포로 온 몸을 둘둘 말고, 옹기종기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들, 그 옆에 온 몸을 똬리 틀어 모닥불에 바싹 붙어 누워 자는 개들. 이곳에서는 인간과 소, 개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위를 피해 피워 놓은 모닥불 옆으로 개가 파고 들어와도 내쫓지 않고, 비닐봉지에 담아놓은 것을 소가 뿔로 받아 흩으러 놓아도 할머니가 손자 혼내듯 한다. 제단에 앉아 모포를 두르고 힌디어를 중얼거리는 사두들. 5,000년 전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곳이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가이드 보조 하즈는 전날 15시간 동안 버스 타고 아그라에 와 있었다. 비행기는 30불이 넘고 버스는 3불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하즈에게도 비행기표 좀 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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