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 천단공원, 이화원
아침에 천단공원에 가 보았다. 중년의 남녀들이 모여서 태극무와 춤을 추고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그러고 있는 가보다. 처음에는 좋아 보였으나 날씨가 후덥지근해 지자 왜 이런 날씨에 이러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난다. 생각해봐라. 땡볕에 남녀가 손잡고 땀 흘리면서 춤추는 것이 무슨 감미로움이 있겠는지를. 여자끼리 또는 남자끼리, 짝이 없는 사람은 혼자서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북경시민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없었으나 이곳에서는 그들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천단 공원은 명. 청조를 통하여 황제가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천단 남문으로 들어가면 북에서 남으로 기년전, 황궁우, 원구 등의 주요한 건물이 직선으로 서 있다. 원구단의 바깥쪽은 4각, 안쪽은 둥근 2중의 담으로 둘러싸인 3층의 원형 대리석 단을 말한다. 원구단에 올라서면 원심(圓心)이라는 둥근 대리석 판이 있는데, 그곳에 서서 소리를 지르면 자기의 귀에만 크게 반향음이 되돌아오는 음향 현상이 있다.
원구단에 올라서면 푸른 지붕의 멋진 황궁우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다. 황궁우는 역대 황제의 위패를 모셔 둔 곳이다. 이곳은 회음 벽(回壁과)과 삼음석(三音石)이 유명하다. 삼음석은 황궁우 앞의 상석을 말하는 것으로 상석은 여러 개가 나란히 서 있지만, 북쪽에서 세 번째까지를 삼음석이라 한다. 이곳이 붐비는 이유는 돌 위에서 한번 박수를 치면 그 첫째의 돌에서는 1번의 울림이, 둘째에서는 2회의 울림이, 셋째 판에서는 3회의 반향음이 되어온다고 하여 그 주위에는 손뼉 치는 사람으로 붐빈다. 그 뒤부터의 돌판 에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다.
회음 벽은 황궁우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담으로 속이 이어 있다. 그래서 담을 향하여 소리를 내면. 다른 쪽에서 그 소리가 흘러와 들린다. 물리적 현상을 교묘히 이용하여 황제는 진짜로 천자임을 과시했다. 하늘의 아들이 그냥, 쉽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 뒤로 죽 걷다 보면 3층의 원형 기단 위에 우산을 편 듯한 3층 지붕인 원형 건물인 기년전(祈年殿)이 있다. 기년전의 3층 지붕 기와는 유약을 칠한 유리기와다.
이 건물은 대들보나 마룻대를 사용하지 않은 독특한 건축방법이라 한다. 기년전은 천안문과 함께 베이징을 나타내는 중요한 심벌이다.
진주 가게, 옥가게, 차 가게를 두루두루 돌아 이화원으로 향했다. 이화원은 기존의 궁정 공원인 청의원을 서태후가 해군 운영경비를 차용하여 증축한 인공호수 별장.
당시의 청나라는 열국의 압박을 받아 피폐한 상태여서 정원 조성의 막대한 지출은 어려웠다. 이런 때에 서태후는 해군 확장을 위한 비용 3,000만 냥을 유용하여 정원 재건을 강행하였다. 청의 해군 약체화의 한 요인은 열국의 침략을 야기하여 청일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청조의 멸망을 재촉한 한 원인이 되었지만 현재는 북경 최고의 조경 관광지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태후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서태후의 이름은 '란'이다. 란은 궁녀로 들어와 반드시 태후가 되리라 작정하고 황제의 스케줄을 점검한 후 황제가 지나가는 골목에서 악기를 연주하여 황제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황제는 떠났고 '란'은 황제로부터 자신을 부르는 소식이 있기를 바라고 있으나 황제에게는 9천 명의 미인들이 있으니 '란'을 특별히 기억해낼 수는 없었다. 이에 다시 도전을 시도한다. 황제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강가에서 아주 얇은 선녀 옷을 입고 기다리다 황제가 가까이 왔을 때 물에 빠져 살려달라 외친다.
황제가 이 소리를 듣고 병사들을 시켜 꺼내놓으니, 야하기가 이를 데 없다. 황제는 '란'에게 반하고 '란'은 태후 자리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미 황제에게는 태후가 있었고 쫓아낼 수는 없어, 첫째 부인을 동태후 라 칭하고 '란'은 서태후에 봉한다. 몇 년후에 황제는 사망했고 그의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았으나 너무 어려 동태후가 정사를 돌보게 되었다. 동태후는 착한 여자였으나 글자를 몰랐다.
이에 동태후는 한자를 잘 알고 머리가 영리한 서태후의 의견을 묻게 된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읽어 주었으나 나중에는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도 되겠다는 계산이 서자 마음 내키는 대로 동태후에 고한다. 동태후가 아픈 틈을 타 의원과 모의하여 의원으로 하여금 동태후가 사람의 고기를 먹으면 살 수 있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고 아뢴다. 그리고 서태후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동태후에게 바치고 동태후는 병에서 일어난다.
너무나 감동한 동태후는 서태후를 조용히 불러, 비밀 이야기를 한다. 황제가 죽기 전에 옥새와 비밀문서를 주었다는 사실을.
그 비밀문서에 의하면 만약 이 옥새가 서태후의 손에 들어가면 동태후는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 서태후는 속으로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안심을 시키고 비밀문서는 동태후에게 태워 없애게 한다. 그날 밤 서태후는 동태후를 죽이고 정치일선에 나서게 된다.
서태후는 매우 독한 여자로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아주 가혹하게 대했다 한다. 눈을 바늘로 찌른다던지 젖은 창호지로 얼굴을 덮어 숨을 못 쉬게 하여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즐기는 등.
그러나 아첨하는 소리는 무지하게 즐겼다. 이 내관이라는 자는 서태후에게 아첨하는 것만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서태후의 생일을 맞이하여 훈련시킨 비둘기 한 마리를 선물했다. 서태후는 날아다니는 새를 새장에 넣으니 너무 답답하지 않겠나 싶어, 새장을 열어주었다. 비둘기는 날아가는 듯하더니 다시 서태후의 어깨에 올라앉았다. 이 내관은 " 이 말 못 하는 비둘기도 태후님의 온화함에 차마 떠나지를 못하고 다시 돌아온 듯합니다."라고 말한다.
기분은 좋았지만 서태후는 내관을 꾸짖는다. "어떻게 비둘기가 그럴 수가 있는가, 네가 훈련시킨 것이지?"
내관은 서태후를 연못으로 모시고 나온다. "그래요? 그럼 새는 훈련을 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이곳으로 와 보세요. 흩어져 있던 물고기들이 태후님이 나타나시니 이렇게 모여들지 않습니까? 온 나라의 백성과 새, 물고기까지도 태후님의 덕을 칭송하고 있습니다."라고. 이 내관은 며칠 동안 물고기를 굶겼다가 태후가 가까이 오자 슬쩍 준비한 물고기 밥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선한 동태후도, 악한 서태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관광객만 붐비고 있구나.
그다음에 간 곳은 공자 사당이다. 날씨가 덥고 귀찮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공자 사당이 아니던가. 가이드는 공자 사당에 처음 오기 때문에 아는 것이 별로 없다며 한번 둘러보라고 한다. 기가 막히다. 모르면 공부해 와야지.
가이드 말대로 대충 보았다. 나중에 늦게 나온 사람이 하는 말이 사당 옆으로 박물관이 있어 볼거리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아-유, 가이드, 너, 정말.
식사 후에 용경협으로 향했다. 이곳은 소계림이라고 하는데, 계림보다 훨씬 볼 만하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는 얼음골 같은 이 곳에서 정말 행복하게 신선이 되어 아름다운 풍광을 즐겼다. 유진은 연신 감탄을 발하며, 다른 데 가지 말고 이곳에 또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호텔에 돌아와서 진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용경협이 얼마나 멋있는 지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