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86
요즘 내 관심사 중 하나는
초등학생, 중학생, 즉 알파세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이다.
어제 저녁, 일부러 알파세대 조카 둘과 함께 앉아
‘공부’라는 주제로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알파세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
지구상에 약 22억 명이 존재하며,
10년, 아니 늦어도 20년 안에
세계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를 세대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그들의 언어, 감각, 태도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인생’에 대해 물었다.
놀랍게도 조카들은
“내 인생은 소중하다”고 주저 없이 답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 나는 완전히 세대별 우주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
밤늦게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몰입해 보는 것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정과 숙제를 관리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 선택한 일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기 삶의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그들의 부모 세대인 X세대와 M세대는
여전히 자녀를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속도의 차이는 곧 시야의 차이로 이어지고,
세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
또 하나 느낀 지점은 ‘문화 해석의 간극’이다.
예컨대, 학원 선생님이 카카오톡으로 중요한 문자를 보내도
아이들은 그보다 더 중요한 ‘친구와의 대화’에 먼저 반응한다.
부모 세대는 이해할 수 없다.
“선생님 말씀이 먼저지, 친구보다 중요하지 않니?”
하지만 알파세대는 다르게 느낀다.
자신이 가장 몰입해 있는 관계가
곧 그 순간의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 차이를 모르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어떤 조언도 통하지 않는다.
상대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고는
어떤 소통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조카들에게
“문자에 즉각 답하는 것은 예의이고,
그 예의는 곧 신뢰를 만든다”는 말을 전했다.
그 말이 단순한 훈계가 아닌
관계에 대한 공감으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오늘의 이 대화는
단지 조카들과의 시간이 아니었다.
수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나누지 못한 말들,
못다 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존중의 시작이기도 했다.
알파세대는 다르다.
그 다름은 결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문을 여는 열쇠다.
우리가 그 문을 두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윗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이다.
그들이 문을 닫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