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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고요!”라는 말이 너무 많아졌어요!

에피소드_9982

by 인또삐

몇 해 전, 절친과 나눈 수다의 주제는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였다.

그 대화가 시작된 계기는 나의 작은 분노 때문이었다.

당시 난 직장 동료든, 가족이든, 심지어 친한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너무 자주 듣는 말 한마디에 멘붕이 왔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왜 아니란 말부터 나올까?
우리 가족은 다 내 속을 들여다보는 독심술사인가? 아니면 내 말이 죄다 틀렸다는 뜻인가?

처음엔 억울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 나도 그러고 있었네?
다만 내가 더 자주 쓰지 않았을 뿐,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절친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야, 일단은 ‘그렇죠!’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그게 훨씬 부드럽지 않냐?”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렇죠,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봤어요.”

“와, 그런 시각도 있네요! 저라면 이렇게 해볼 것 같긴 해요.”

“네, 공감돼요. 다만 제가 겪은 건 좀 달랐어요.”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그게 아니고요’라는 말이 내 입에서도 거의 사라졌다.
더 놀라운 건 상대도 덜 날카롭게 반응한다는 것.
대화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걸 계기로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걸 좋아하다 보니,
대화도 ‘맞냐 틀리냐’만 따지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흘러가기 쉬운 거다.
하지만 사람은 숫자나 공식이 아니라 이야기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난 요즘 이런 자세로 말한다.
“그렇죠, 그 말 이해돼요.”
그리고 속으로 덧붙인다.
“…하지만 제 얘기도 좀 들어봐요"

좋은 대화는 연습으로 가능하다.
오늘부터라도, ‘그게 아니고요’ 대신
‘그렇죠!’라는 마법의 말로 대화를 시작해보자.

분위기가 놀랍도록 달라진다.
진짜다. 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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