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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럭셔리 라이프의 힘

에피소드_9980

by 인또삐

결혼 전, 내가 아내에게 첫눈에 매혹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녀의 안목.

백화점, 쇼핑몰, 보세 가게를 거닐 때 그녀는 결코 무심히 스캔하지 않았다.
먼저 전체를 훑어 흐름을 읽고, 트렌드를 짚어낸 뒤, 그중에서도 빛나는 디자인과 소재, 세심한 디테일을 골라냈다.
마치 보석 감정사가 원석 속에서 단번에 진짜를 알아보는 것처럼.

그 결과, 사귄 지 몇 달 만에 나의 패션은 몇 단계나 도약했다.
그녀의 선택은 내 외모를 가꾼 것이 아니라, 내 존재를 한층 매력적으로 각인시켰다.
아마도 그 시절의 나는, 그녀의 안목을 빌려 더욱 빛났을 것이다.


오늘 아침, ‘안목’이라는 단어를 다시 만났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과연 어떤 안목을 가진 사람일까?
아내에게 물었다. 그녀의 답은 이랬다.

장소를 고르는 능력
낯선 도시에서 카페를 찾든, 여행지를 고르든, 결과는 늘 만족스럽다.
그건 직관과 경험이 만든 나만의 ‘공간 레이더’ 덕분이다.

책을 고르는 안목
예전보다 훨씬 세련되졌다. 내가 추천한 책은, 그녀 말로는 “거의 100% 대만족”이었다.

콘텐츠를 발견하는 감각
영상 전문가라는 직업 때문일까?
하지만 단순히 직업적 분석이 아니라,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내는 능력은 오롯이 ‘감각’에서 나온다고 했다.


안목은 타고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관심과 관찰, 그리고 실패의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다.
좋은 것을 오래 보고, 스스로 이유를 묻고, 때로는 실패한 선택에서 배운다.
그 과정이 깊어질수록, 안목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힘이 된다.


옷이든, 책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안목이 좋은 사람은 결국 더 빛나는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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