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지 않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에피소드_9977

생성형 AI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년.
우리의 하루는 이미 알고리즘의 촘촘한 그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SNS를 켜는 순간, 우리는 AI가 골라준 정보만을 소비한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남이 만들어준 프레임 안에서만 생각하는 인간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읽히는 인간’이 아니라 ‘읽는 인간’이어야 한다.

그냥 표면의 텍스트만 읽지 말고, 그 아래 숨어 있는 맥락의 결을 읽어야 한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들린 대로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 말이 놓여 있는 진짜 자리를 보지 못한다.

며칠 전, 어머니 건강이 걱정돼 전화를 자주 드렸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자꾸 걱정하지 마라”였다.
심지어 화까지 내셨다. 이유를 물으니, “내가 너희 짐이 되는 게 싫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분명 내 의도는 미래의 위험을 미리 막고 싶은 ‘예방’이었는데,
어머니의 맥락은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였다.

이때 깨달았다.
맥락을 읽는 일은, 단어보다 사람을 읽는 일이라는 것을.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건 ‘걱정’이 아니라 ‘사랑’이었고,
어머니가 지키고 싶은 건 ‘건강’이 아니라 ‘존중’이었다.

매력적인 사람은, 표면 위를 스치는 질문보다
속 깊은 대답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읽히지 않기 위해, 더 깊이 읽는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