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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세대, 사피엔스의 마지막 세대일까?

에피서드_9976

by 인또삐

책을 읽다 문득, 섬뜩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렇게 가다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자체가 다른 종으로 진화하는 순간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유발 하라리는 경고한다. 인공지능이 ‘진짜 인공지능’이 되는 날,
인간은 자기와 전혀 다른 형태의 존재—우리가 ‘외계인’이라 불렀을지 모를 무언가—와 같은 행성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 종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의 감각과 가치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을 내릴 것이다.


역사 속 혁신가들은 늘 인류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물었다.
에디슨이 그랬고, 스티브 잡스가 그랬다.
그들의 출발점은 사적인 호기심이었지만, 결과물은 인류 전체의 필요와 욕망을 채웠다.
문득 질문이 생긴다. AI의 탄생도 같은 길을 걸었을까?

오픈AI는 이렇게 말한다.

“강력하고 안전한 AI를 개발해, 인류 전체에 혜택을 주고,
복잡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며, 인간의 역량을 확장한다.”

그러나 80억 인구 모두가 진심으로 원한 것은 과연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였을까?
우리는 노동 없는 낙원을 원한 걸까, 아니면 누군가 설계한 게임의 말판 위에서 춤추고 있는 걸까?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완전 디지털 네이티브’다.
이들의 문화, 생활방식, 사고방식은 조부모 세대와는 완벽히 다르다.
이 간극의 핵심 원인은 디지털 기술이다.
기술은 이미 두 세대를 가르며,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는 인간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완전히 성숙할 2040년, X세대·Y세대·알파세대는 여전히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알파세대 다음인 베타세대(2025~2040 출생)는 어떨까?
그들은 여전히 사피엔스일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종의 첫 세대가 될까?


나는 두렵다.
역사는 늘 진화를 축복처럼 포장했지만,
이번 진화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혹시 지금 자라고 있는 알파세대가 사피엔스의 마지막 ‘원형’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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