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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ist가 부러워한 ‘감사의 습관’

에피소드_9975

by 인또삐

점심시간, 내 직장 동료는 식판 앞에서 늘 같은 의식을 치른다.
손을 모으고, 짧지만 묵직한 감사의 기도.
그 진심이 식탁 위 공기까지 따뜻하게 데운다.
한 끼도 빼먹지 않고, 저렇게 꾸준히 ‘감사’를 꺼내는 모습—솔직히, 조금 부럽다.

고백하자면 나는 거의 ‘선천적 무신론자’다.
초등학생 시절, 성당에서 “하느님 아버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는 집에 있는데, 왜 또…?”
중학교때 운동을 하다 만난 목사님의 ‘신은 반드시 있다’는 설득도 소용없었다.
나는 ‘신이 없다’는 내 신념(?)을 더 공고히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작년, 이 동료를 만나면서 내 단단했던 세계관에 살짝 균열이 갔다.
그의 기도는 종교적 의무라기보다, 닫힌 관계의 문을 여는 비밀열쇠 같았다.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습관.
이건 신이 있든 없든, 인간을 더 단단하고,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감사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먼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다음 그 마음을 망설임 없이 꺼내야 한다.
이 두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알겠지 뭐’라는 착각 속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착각은 오해와 불신을 키우고, 관계의 샘을 말린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됐다.
오래 빛나는 관계의 비밀은 신앙 유무가 아니라 감사를 ‘표현’하는 습관이라는 걸.
기도여도 좋고, 카톡 한 줄이어도 좋다.
대상이 있든 없든, 오늘 당신이 누군가에게 “고마워”라고 했다면,
이미 그 순간, 당신 인생은 한 뼘 더 풍요로워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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