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74
스포츠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잃어버린 수업
어린 시절, 내가 가장 기다린 수업은 체육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설명하는 단어가 하나였다. ‘날았다’.
야구에서 시작해 배구, 축구, 테니스, 탁구, 농구까지—왼손잡이라는 작은 이점과 빠른 습득력 덕분에 나는 공을 다루는 경기라면 어떤 것이든 수준급이었다.
덕분에 외국에 나가서도 ‘스포츠 외교’는 늘 성공적이었다. 함께 땀 흘린 친구들은 세월과 국경을 넘어 여전히 내 연락망 속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육에서 운동은 이미 한참 전부터 ‘뒷전’으로 밀려났다.
체육은 ‘공부의 방해물’로 여겨지고, 공을 차는 시간보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더 값지다고 여긴다.
그런데 나는 오늘도 한 문장을 떠올린다.
“테니스 코트에 발을 딛는 순간, 세상은 사라진다.”
이 말이야말로 스포츠의 본질이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가족에게 받은 상처, 미묘한 인간관계의 피로—라켓을 쥐는 순간, 모두 증발한다.
스윙 각도, 공의 궤적, 바람의 방향에만 몰입하는 동안, 뇌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속한다.
이건 움직이는 명상이다.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학교 체육만 바라보지 말고, 방과 후에 ‘평생 할 수 있는 종목’ 하나를 찾아라.
그 안에서 협력, 집중, 회복, 도전, 승복—인생의 거의 모든 스킬을 배우게 된다.
운동은 단지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다.
만약 누군가가 “그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하라.
“그 시간을 아까워하는 순간, 이미 멋진 인생에서 멀어지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