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73
3일 동안, 나는 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세 명의 얼굴을 차례로 만났다.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
그중에서도 젠슨 황의 말이 오래 귓가에 남았다.
“지난 10년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니 짧았습니다.”
GPU라는 작은 날개를 묵묵히 다듬어 온 세월, 그리고 AI라는 바람을 만나 단숨에 하늘로 치솟은 지금—그의 말은 기다림과 몰입의 시간을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었다.
나 역시 교육 현장에서 비슷한 시간을 견뎌왔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영상을 더 잘 만들게 할 수 있을까?’
10년 넘게 그 질문을 붙잡았지만, 뚜렷한 답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몇 년,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영상 제작의 지형이 요동쳤다.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다. 3개월 전, 나는 “AI 영상 마스터” 라는 책을 쓰기 시작했고, 며칠 전 원고 초안을 프린트해 다듬고 있었다.
그때 한 동료 교수가 들렀다. 내 원고를 훑어본 그는 말했다.
“AI가 서사에 약하다는 말만 계속하네. 진짜 편집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편집 도구를 다루는 ‘기술’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짜는 ‘감각’은 다르다. 그것은 편집자의 인생 경험에서, 보고 들은 것들의 밀도에서 나온다. 예술계의 장인들이 그렇듯, 결국 영상 편집도 사람이 만든 이야기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AI로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생성하고, 그 결과물을 ‘내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AI 영상 마스터다.
그 답을 얻은 순간, 나는 속으로 외쳤다. “서렌디피티!”
몇 달간의 고민이 몰입 속에서 열매 맺는, 그 짜릿한 순간이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편집의 마지막 컷을 결정하는 건 여전히 ‘인간’이라는 확신이 내 안에서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