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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에피소드_9972

by 인또삐

영상 업계에는 오래된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카메라는 아기처럼 다뤄라.”


나는 20대, 30대 내내 이 말을 들으며 장비를 소중히 다뤘습니다.
요즘은 이 표현이 사라졌지만, 나에겐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카메라뿐 아니라, 카메라가 찍어낸 ‘소스’에도 해당됩니다.

편집자의 손에 들어온 원본 영상은, 세상에 갓 나온 아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주듯, 소스 파일에도 반드시 이름을 정성껏 지어라.”


이름 없는 소스는 정체 없는 사람과 같습니다. 정체가 없는 편집은, 방향 없는 여행과 같죠.

오늘, 내 책상 위에 새로 태어난 ‘셋째’를 올려두었습니다.


책 《AI 영상 마스터》의 원고 뭉치입니다.
프린트된 종이 뭉치를 바라보니, 마치 따끈따끈한 아기를 안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실제 아기였다면 더 좋았을까요?
아마도. 하지만 작가에게는 한 권의 원고도 충분히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이제 나는 셋째의 이름을 세상에 부를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벌써 넷째를 기다립니다.
다음 아기는 어떤 얼굴로, 어떤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올까요?
창작자의 인생은 그 ‘다음’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매일이 조금 더 설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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