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제를 푸는 AI, 진실을 묻는 인간

에피소드_9969

by 인또삐

“SUPER AI의 지성(intelligence)은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할 뿐, 진실을 아는 데 필요한 것은 아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그것을 ‘에이전트’라 불러야 한다. 스스로 배우고, 변화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인간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풀어내는 존재. 연산 능력과 기억력에서 인간은 이미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질문을 AI에게 맡기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AI가 푸는 것은 문제일 뿐, 진실은 아니다.
문제는 답을 요구한다. 수학 방정식처럼 해답지가 존재하고, 알고리즘으로 계산 가능한 영역이다. AI는 바로 그 지점에서 탁월하다. 그러나 진실은 해답지가 없는 질문이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옳은가?” 같은 질문 앞에서, AI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진실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이 겪은 기쁨과 상처, 그리고 삶에서 길어 올린 성찰 속에서만 태어난다.

그렇다면 AI는 결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는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AI는 진실을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 그것은 인류가 남긴 기록과 경험을 압축해, 우리가 잊어버린 패턴과 공통의 감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해석과 의미 부여는 언제나 인간의 몫이다. AI는 수많은 정답을 내놓지만, 그 정답들 중 무엇이 나에게 진실인지는 내가 선택해야 한다.

결국 AI는 문제 해결자이자, 동시에 인간이 더 근원적인 질문을 묻게 만드는 촉매제다. 진실의 문을 여는 마지막 열쇠는 언제나 인간의 손에 있다.
AI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힘이다. AI가 정답을 속삭일수록, 인간은 진실을 더 강하게 물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인의 삶, 급행열차에 몸을 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