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일, 그 색다른 방향

에피소드_9968

by 인또삐

생일은 흔히 “한 해에 한 번, 특별한 날”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파티와 케이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모이는 자식들의 정성 속에서, 때로는 부모님이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여전히 자식들의 손을 빌려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마음이 들면, 기쁨보다 미안함이 더 크게 다가오니까요.


올해 우리는 그 관습을 조금 비틀어 보기로 했습니다. ‘생일 파티’ 대신,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한 것이지요. 날짜는 생신 당일이 아닌 한적한 날, 장소는 복잡한 연회장이 아니라 짧은 여행. 생일이라는 명분을 내려 놓으니 신기하게도 형제들 모두 훨씬 가볍게 모였습니다. 생신 당일에는 간단한 금일봉과 영상통화, 따뜻한 메시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순간은 그 뒤에 찾아왔습니다. 늘 자식이 챙겨주기만 하던 자리에서, 아버지가 직접 어머니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신 겁니다. 근사한 레스토랑 예약, 식사 후 디저트 카페까지—마치 젊은 연인처럼 두 분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자식들이 마련해 준 어떤 선물보다도 반짝여 보였습니다.


그날 나는 깨달았습니다. 생일은 하루의 의식이 아니라, 일상의 태도라는 것을. 매일이 내 생일이어야 한다는 나의 오래된 농담 같은 철학이 부모님의 모습 속에서 현실이 된 것이지요. 생일이 특별한 날이 아니라 살아 있는 매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의식일 때, 나이 들어도 삶은 여전히 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올해 생일을 어떻게 보낼 건가요?
“또 한 해가 갔다”는 한숨 대신, “오늘도 내 삶은 축제다”라는 선언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문제를 푸는 AI, 진실을 묻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