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67
오늘 아침, 아내가 몸살 기운이 있다 했다. 흔한 감기겠거니 하고 타이레놀을 건넸다. 그런데 오후가 되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자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의사의 말 한마디.
“코로나 검사 해보셔야겠습니다.”
순간, 시간이 묘하게 느리게 흘렀다. 코로나라니? 그 이름은 이미 뉴스 속에서만 들려오던 낡은 사건 같았는데,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었다. 결과는 양성. 아내의 세 번째 확진이었다.
그런데 진짜 충격은 진단서가 아니라 처방전에서 찾아왔다. 코로나 전용 치료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만 60세 이상만 보험이 되고, 그 외 연령층은 90만 원 자비 부담입니다.”
90만 원. 감기약 몇 통 값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그냥 포기하세요”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결국 아내는 센 감기약만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생명을 지키는 약이 나이에 따라 ‘필요한 사람’과 ‘불필요한 사람’으로 갈리는 걸까? 누구의 삶은 90만 원짜리이고, 누구의 삶은 보험 처리로 값싼 걸까? 인간의 존엄을 가격표로 매기는 이 시스템은 과연 정상인가?
코로나는 이제 더 이상 전 세계적 재앙이 아니라 일상의 불청객이 되었다. 하지만 제약과 의료 체계는 여전히 권력과 이익의 룰 속에 묶여 있다.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인류의 위기는 질병 자체가 아니라 그 질병을 다루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
오늘 나는 병원 대기실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