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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 기다림과 삶의 은유

에피소드_9966

by 인또삐

오늘 책 속에서 뜻밖의 단어 하나를 만났다. 행운목(幸運木).


순간 어린 시절의 풍경이 떠올랐다. 거실 한쪽에 어머니가 정성껏 키우시던 그 나무. 나는 그저 푸른 잎사귀만 보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달랐을 것이다. 가족이 건강하기를, 하는 일이 잘 풀리기를, 매일의 삶에 작은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염원이 그 잎사귀마다 매달려 있었을 것이다.


행운목은 꽃을 피우는 데만 약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그조차 불규칙하다. 언제 피어날지, 피어날지조차 알 수 없다. 그 점이 오히려 인생과 닮았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 때는 좀처럼 오지 않다가, 까맣게 잊고 있을 때 불현듯 찾아오는 것. 행운은 그렇게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린다.


오늘 이 단어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잊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책은 이렇게 우리 삶의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고, 묵은 질문을 새삼 건네는 역할을 한다. ‘너는 지금 어떤 행운을 기다리고 있니? 그리고 혹시, 이미 네 곁에 와 있는데 못 보고 있는 건 아니니?’


행운목의 꽃은 드물게 피지만,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긍정의 물을 주고, 감사의 햇살을 쬐어 준다면 언젠가 마음속에서도 환한 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 꽃은 어쩌면 행운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며 단단해진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오늘, 행운목을 떠올린 덕분에 다시 다짐한다. 행운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자에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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