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60
한국 교육을 두고 늘 같은 말이 반복됩니다. 입시가 문제다. 학원이 문제다. 사교육이 문제다. 저 역시 오랫동안 그 말을 해왔습니다. 선진 교육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상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그런 주장 말이죠. 그런데 김주환 작가의 ‘그릿’ 을 읽다 보니, 제 생각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학부모가 진짜 듣고 싶은 건 이상적인 공부론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학습의 방법이었는데 말입니다.
학습 vs 공부
여기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학습(learning):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기술,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공부(study): 내가 살고 싶은 삶,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다가가는 과정.
한국의 부모와 학생들은 너무 오랫동안 학습에만 몰두했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뻔합니다. 상위 10% 학생만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그들의 서열 속에 배치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성적이 안 오른 건 네 탓”이라는 말을 듣고, 학원과 과외의 무한 사이클 속에 갇힙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더 절실한 건, 단순한 학습 능력이 아니라, 공부하는 힘입니다.
병행의 지혜
대학에는 ‘일·학습 병행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죠. 저는 이 개념을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을 위한 학습을 하되, 동시에 내가 되고 싶은 미래를 향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이라도, 음악에 꿈이 있다면 매일 악기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시험 준비와 함께 일기를 쓰고 블로그를 운영해도 좋습니다. 이 ‘공부’가 결국 그 학생의 진짜 꿈을 지탱해 줄 겁니다.
박성혁 작가는 “꿈이란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이라 정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입시는 그 꿈을 향한 여정의 한 조각에 불과하지,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한 건 책 그릿 에서 말하는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마음근력, 즉 꾸준히 이어가는 힘입니다.
부모에게 묻고 싶은 질문
상위 10%의 대학 진학만 바라보며 자녀를 내몰 것인가, 아니면 학습과 공부를 병행하며 아이가 자신의 꿈을 조금씩 길어 올리게 할 것인가.
지금 이 선택의 순간에 서 있는 건 사실 학생이 아니라, 바로 부모입니다.
입시의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공부라는 작은 배를 띄워 자녀가 스스로 노를 젓게 할 것인가.
저라면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시험을 버티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내는 주체가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