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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다루듯이

에피소드_9955

by 인또삐

적당한 거리의 지혜

벽난로 앞에 앉을 때를 떠올려보자.

너무 가까이 앉으면 화상을 입는다. 너무 멀리 떨어지면 온기가 닿지 않는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족 = 벽난로

"엄마, 나 좀 내버려 둬."

새벽에 아플 때는 여전히 엄마를 찾는다.

가족은 벽난로다. 늘 곁에서 타오르지만, 너무 가까이 달라붙으면 답답하다.

필요한 건 애정 어린 거리두기.

사랑하되 숨 쉴 공간을 주는 것.


직장 = 캠프파이어

"우리는 가족 같은 회사야."

정말 가족처럼 지내면? 사생활 간섭, 퇴근 후 연락, 경계선 붕괴.

직장은 캠프파이어다. 함께 불을 지피지만 각자 적당한 자리에 앉는다.

필요한 건 전문적 친밀감.

업무는 협력적으로, 관계는 예의 있게.


친구 = 촛불

"요즘 어때?"

친구의 안부 한 마디가 마음을 녹인다.

친구는 촛불이다. 은은하지만 따뜻하고, 바람이 불면 쉽게 꺼진다.

필요한 건 가벼운 진심.

부담 없는 대화, 조건 없는 웃음, 기대 없는 만남.


불 다루기의 기술

지혜로운 할머니 말씀: "불은 욕심내면 꺼져. 필요한 만큼만 바람을 불어주는 거야."

인간관계도 그렇다.

적당히 가까이, 적당히 멀리.

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는 그 절묘한 거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따뜻하게 비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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