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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은 시간이 간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에피소드_9954

by 인또삐

영국 시인의 한 마디가 가슴에 박혔다

젊기는 쉽다. 모두 젊다.
늙기는 쉽지 않다. 세월이 걸린다.
젊음은 주어진다. 늙음은 이루어진다.
늙기 위해선 세월을 섞을 마법을 만들어야 한다.


젊기는 정말 쉽다

20대 때는 몰랐다.

그냥 숨 쉬듯 젊었다. 밤을 새워도 다음 날 멀쩡했고, 사랑에 빠지면 온 세상이 내 편인 것 같았다. 실패해도 "아직 젊으니까"라는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용서됐다.

젊음은 그냥 있었다. 마치 공기처럼.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젊은 게 아니라 그냥 '어린' 것이었다.


늙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40대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흐른다고 자동으로 지혜로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주변을 보면 알 수 있다.

60세인데도 여전히 투정만 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대인데도 깊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나이와 성숙은 비례하지 않는다.


세월을 섞을 마법

그렇다면 진짜 '늙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진짜 늙음은 시간 위에 의미를 쌓아가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으로 바꾸고, 상처를 지혜로 승화시키고, 외로움을 고독으로 깊게 만드는 것. 그런 연금술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시인이 말한 "세월을 섞을 마법"이란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젊은 50대들

요즘 50대를 보면 참 젊다.

몸도 젊고, 마음도 젊고, 생각도 젊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젊은 건 외모 때문이 아니다.

계속 배우고, 계속 도전하고, 계속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30대인데도 이미 '늙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꿈을 포기하고, 도전을 멈추고, "이제 늦었어"라고 체념해버린 사람들.


오늘도 늙어가는 연습

나이 드는 건 특권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다. 매일 조금씩, 의식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

오늘 하루도 그냥 지나가게 두지 말자.

이 하루를 어떤 의미로 채울 것인지, 어떤 경험으로 쌓아올릴 것인지.

진짜 나이 듦은 그런 선택들의 연속이다.

세월을 섞을 나만의 마법을 만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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