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승자인가?
이번 학기, 나는 처음으로
‘AI영상제작기초’라는 수업을 열었다.
“AI 영상 제작 도구의 등장으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도 퀄리티 있는 영상을 손쉽게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듣기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초반 몇 주는 나도, 학생들도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했다.
나는 준비에 공을 들였고, 학생들의 반응도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10주차가 되던 날,
강의실 문을 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수업, 재미의 연료가 다 떨어진 건 아닐까?”
도서관, 수업의 연료를 찾으러 가다
답을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불씨가 사라진 수업에 다시 불을 지필 땔감이 필요했으니까.
그때 우연히 집어든 책 한 권.
《당신은 일할 준비가 되었는가》
글로벌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시선으로 추적한 책이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세상을 바꾼 기업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만났다.
소니, 워크맨, 그리고 아이폰
책의 초반엔 ‘소니’가 등장한다.
스티브 잡스가 존경했던 그 회사.
혁신의 아이콘이던 그 브랜드.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애플이 세계를 지배하는 동안,
소니는 그저 “그때 그 브랜드”가 되어 있다.
왜 그랬을까?
책은 단순하게 말한다.
“소니는 세계화에 실패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스쳤다.
워크맨은 아이팟의 전신이었고,
아이팟은 결국 아이폰이 되었다.
아이폰의 뿌리는 어쩌면,
소니의 작은 휴대용 카메라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는 유산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행동은 미래를 만든다.
우리 학생들, 지금 어디를 보고 있나?
강의실로 돌아와 다시 생각했다.
우리 학생들은 열심히 AI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배우고 있는가?
대부분은 말한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고요.”
그럼 묻고 싶다.
그 ‘좋은 회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 서울?
지금은 그보다 더 큰 무대가 있다.
미국, 유럽, 인도, 중국…
이미 그들은 AI에서 세계를 선점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뒤쫓고 있다.
인터넷은 모든 경계를 허물었다.
이제 경쟁은 지역 단위가 아니다.
전 세계가 ‘내 클래스’다.
그걸 인식하지 못하면,
아무리 AI를 배워도
결국 로컬 플레이어로 끝날 수밖에 없다.
교육도, 글로벌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반성했다.
‘한국 안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쳐선 안 되겠다.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세계의 언어로, 세계의 문제를 이해하는 시선이다.
인공지능을 배우는 목적은,
단순히 코드를 짜는 능력이 아니다.
세상의 문제를 읽어내고,
기술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우리가 길러야 할 인재는 그런 사람들이다.
기술을 배우기 전에, 세상을 이해하라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AI를 배우기 전에, 세상을 먼저 이해하라.”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아이폰을 만든 건 알고리즘이 아니다.
기존 질서에 물음표를 던진 시선,
세상을 다시 보려는 용기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묻는다
인공지능? 좋다.
영상제작? 멋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어떤 시선으로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잊지 말자.
세상은 1등만 기억할지 모르지만,
교육은 1등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
세상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나는 시선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시야만 열어주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하나가,
오늘의 내 수업에 다시 불을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