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중력이 걸렸어요”

by 인또삐


콜라겐, 엘라스틴, 그리고 중력의 철학



대부분 인간은 스무 살을 넘어서면 몸은 느리지만 분명한 곡선을 그리며 노화의 길로 접어든다. 과학은 그 원인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콜라겐의 감소, 엘라스틴의 약화, 그리고 중력에 저항하는 힘의 소멸. 이 세 가지는 결국 피부와 근육, 자세와 표정을 바꾸며 인간을 '늙게' 만든다.


그런데 질문이 남는다. 이 모든 변화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인데, 왜 인간은 이를 비극처럼 받아들일까? 자연스러운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근본적이고,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 아닌가?


슬픔의 이유는 ‘상대적 결핍’에 있다. 내 얼굴은 변하지만, 타인의 얼굴은 고정된 이미지로 남는다. 타인의 젊음은 필터를 거친 채 미디어를 떠다니고, 거울 속 나는 날마다 다르게 늙어간다. 인간은 자신을 절대값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언제나 비교의 좌표계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본다. 그래서 늙음은 '부족함'이 된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온전히 볼 수 있을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산속에 들어가 홀로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혼자가 되면 고독은 고요가 아니라 공허로 변한다.

그러므로 대안은 도시 속에서 자연처럼 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식 공동체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겉모습보다 사유를 나누고, 메이컵 대신 문장을 다듬고, 따로 먹는 대신 함께 밥을 짓는 삶.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꾸미지 않고도 존중할 수 있는 공동체.
노화는 그런 곳에선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늙음은 단지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진 얼굴이 될 뿐이다.

산에는 절이 있다. 도시에는 도서관과 교회와 성당이 있다. 공간이 다른 것 같지만 기능은 같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위에 사유를 더하는 일. 그것이 이 공간들이 인간에게 주는 진짜 위로다.

늙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깊어지는 것이다.


그 깊이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밥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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