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33
넷플릭스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레버리 호텔〉을 보던 순간이었다.
소름이 돋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왜냐고?
내 삶의 중심을 완전히 흔드는 두 글자 때문이었다. 바로 AI.
요즘 내 하루는 AI로 시작해 AI로 끝난다. 단순히 기술 혁신이 신기해서가 아니다.
AI가 내가 평생 붙잡아온 영상 제작의 세계를 어떻게 바꿔버릴지에 대한 기대와 불안, 그 사이의 흥분이 늘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데 깨달은 게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영상이든 글이든, 심지어 인생이든 진짜 중요한 건 단순하다.
나는 그걸 ‘트리밍(Trimming)’이라고 부른다. 잘라내고, 덜어내는 힘.
불필요한 장면을 지우는 순간, 메시지는 더 강력해지고, 가치가 선명해진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흐름을 끊지 않는 힘이다.
편집은 결국 인생과 닮았다. 버려야 할 것을 과감히 버려야, 진짜 빛나는 장면이 살아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영상 제작의 비밀? 잘라내는 거야. 잘라내고, 또 잘라내. 그러면 남는 건 더 강력한 메시지야.”
AI 시대, 성공적인 콘텐츠 제작의 비밀은 화려한 기능이 아니다.
인간의 감성, 편집자의 눈, 그리고 트리밍의 미학.
이 세 가지가 결국 기술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부터 영상 편집을 시작할 때, 아니 인생의 선택 앞에 설 때 이렇게 물어보자.
“이 장면, 정말 필요한가?”
트리밍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콘텐츠와 삶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강력한 인생의 치트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