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_9924
‘부모(父母)’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흥미롭다. 父는 도끼를 든 모양에서 비롯되어 “앞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을 뜻하고, 母는 아이를 품은 모습을 본떠 “생명을 기르는 사람”을 의미한다. 본래 부모란 길을 보여주고 삶을 지켜주는 존재이지, 자식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늘 자식을 가르치려 한다. 마치 자신이 겪은 길을 답안지처럼 물려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부모가 전하는 것은 사실 정답이 아니라 경험일 뿐이다. 더구나 그 경험은 과거의 시대에 맞는 답이지, 자식이 살아갈 미래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가르침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이 숨어 있다. 자식이 실패할까, 경쟁에서 뒤처질까, 상처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꾸만 안전하다고 여기는 경로를 강요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부모는 자식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식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부딪치며 터득하는 힘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배운 지혜만이 그를 진짜 어른으로 만든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자기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다.
결국 부모의 말은 교과서가 될 수는 있어도 정답지는 될 수 없다. 인생의 책은 오직 본인만이 써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