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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고전의 메시지

에피소드_9908

by 인또삐

1982년 개봉한 영화 E.T..
나는 조금전, 내인생 처음으로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그리고 보는 내내, 감독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하지만 2025년의 내가 본 E.T.는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시선을 끈 것은 아역 배우들의 눈빛과 연기였다. 이 영화가 고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외계인 E.T.의 존재이자, 무엇보다 그와 함께 호흡한 어린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 엘리엇과 E.T.가 포옹하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눈시울이 젖었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 장면이 내 마음 어딘가를 깊이 건드린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여운은 내 현재의 삶과도 연결되었다. 나는 지금 AI 영상 제작 실습이라는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스필버그 감독은 어떻게 E.T.라는 영화를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했을까? 아마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과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그만의 상상력과 해석을 쌓아 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으로 영상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단순히 “쉽게 생성되는 이미지와 영상”에 흥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바탕에는 반드시 공부와 사유가 있어야 한다.


배우들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도 좋은 감독을 만나지 못하면 그 재능이 빛을 잃는다. 그러나 신인 배우일지라도 훌륭한 감독을 만나면 잠재력이 폭발하며, 스크린 위에서 전혀 다른 빛깔을 드러낸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출’이다. 사용자가 어떤 프롬프트를 던지고, 어떤 비전을 품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진다. 그 과정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훈련한다면, 언젠가 우리도 E.T.처럼 시대를 넘어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E.T.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단순히 영화 속 외계인과 소년의 이별을 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력을 현실로 끌어낸 인간의 힘, 그리고 제대로 연출된 감정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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