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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냄새, 나를 깨우는 감각

에피소드_9909

by 인또삐

도시에도 냄새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자동차 매연이나 음식 냄새 말고, 그 도시만이 지닌 고유한 향기 말입니다. 최초의 도시 냄새는 프랑스 센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죠. 강변의 습기, 다리에 밴 이끼, 카페에서 풍겨 나온 커피 향이 뒤섞여 ‘파리의 냄새’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깨달았습니다. 냄새는 결국 기억이고 문화라는 사실을요.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에 후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특정 냄새는 우리를 단숨에 과거로 데려갑니다. 저도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면 어린 시절 도서관에 앉아 있던 제 모습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흥미롭게도 후각은 단순히 추억을 불러오는 역할을 넘어 건강과도 연결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냄새를 경험할수록 뇌가 더 활발해지고, 이는 장수와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후각은 삶을 젊게 유지하는 작은 비밀인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산책할 때 의도적으로 ‘냄새를 맡는 연습’을 합니다. 길가의 꽃향기, 비 온 뒤 젖은 흙냄새, 빵집 앞의 고소한 향기까지. 심지어 오래된 내 차의 가죽 시트 냄새조차 하나의 기록으로 받아들입니다. 단순한 호흡이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의식으로 바뀌면, 평범한 하루가 훨씬 다채로워집니다.


우리는 흔히 눈과 귀에만 의존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삶의 결을 가장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것은 후각입니다. 도시의 냄새를 맡는다는 건 그곳과 교감하는 일이며, 동시에 내 안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이 있는 공간의 냄새는 무엇입니까? 그 향기가 불러오는 기억 속에, 당신 삶의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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