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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나의 30년 그리고 글쓰기

에피소드_9897

by 인또삐

2박 3일 일정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일부러 노트북을 챙기지 않았다.
글쓰기보다 영화제에 흠뻑 빠져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 영화제는 내게 더욱 특별했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그 첫날 야외극장에서 본 영화 파고(Fargo),
프랑스에서 공수한 대형 스크린,
수영만 주차장에서 맞던 바닷바람.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후로 서너 번을 빼고는 거의 매년 영화제를 찾았다.
그렇게 30년 가까운 인연이 이어진 건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 덕분이기도 하다.
영상전공 학생들의 현장 수업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매년 부산을 찾았다.
이제는 반쯤은 부산 사람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올해는 영화제 자체보다
내 추억을 되감는 여정에 가까웠다.
늘 머물던 영화의 전당을 벗어나
해운대와 센텀시티를 거닐며
옛 친구를 만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영화제와 함께한 나의 세월을 곱씹었다.


그리고 문득,
3일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했다.
돌아가면 곧바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막상 노트북을 펼치자 생각만큼 글이 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쓰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큰 기쁨이다.


부산. 부산국제영화제.
이제 그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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