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대를 넘어, 나만의 이유를 묻는 시간
저녁 식탁.
밥보다 진지한 대화가 오랜만에 올라왔다.
주제는 “아들의 미래”.
나는 아들의 눈을 보며 물었다.
“넌 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거니?”
대학 3학년인 그는
나름 침착하게 답을 이어갔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요.”
“관심 분야가 뭔지 알아가는 중이에요.”
그의 태도는 성숙했지만,
대답은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가슴엔 닿지 않았다.
나는 왜 다녔는가?
나는 대학을 다니며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시스템의 벨트를 타는 게 ‘정답’이라 믿었다.
대학은 통과의례였고,
안 가면 이상한 사람,
가면 일단 사람 취급 받는,
그런 시대였다.
공부는 중요했지만,
진짜 목적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그 이유가 통하긴 할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불확실하고,
정보는 유튜브에서 더 빠르고,
사람은 인스타로 더 쉽게 만난다.
그런 시대에
“왜 대학을 가야 하냐”는 질문은
더 이상 철없는 투정이 아니다.
아주 본질적인 질문이다.
진짜 대학의 이유는 “나를 깊게 들여다보는 훈련”
대학은 지식 습득의 장소가 아니다.
요즘 세상에서 지식은 클릭 한 번이면 얻는다.
하지만 대학은
"이게 내 길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훈련소다.
수업은 질문의 출발점이어야 하고,
토론은 생각을 확장하는 툴이어야 하며,
전공은 직업이 아니라 ‘나의 문제의식’을 정제하는 렌즈여야 한다.
대학은 ‘정답’을 주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견디게 하는 훈련소여야 한다
왜냐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정답이 사라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AI가 공식은 다 풀어준다.
하지만,
무엇을 물을 것인가?
무엇이 가치 있는가?
이걸 고민할 줄 아는 사람만 살아남는다.
“대학은 스펙 쌓는 공장이 아니라,
자기 삶의 철학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네가 만나는 사람, 배우는 지식, 부딪히는 경험들 속에서
진짜 너만의 질문 하나를 만들어 봐.
그 질문이 너의 대학생활이고,
어쩌면 너의 인생 전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제 대학을 왜 다니냐는 질문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진짜 나를 묻는 질문이 없다면,
대학은 그저 입장료 비싼 ‘잠시 머무는 곳’일 뿐이다.
하지만, 질문이 있는 사람에겐
대학은 삶의 중심이 바뀌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여전히 대학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