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61_픽션,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기술
인간은 스토리를 믿는 존재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움직이고,
그 이야기를 통해 협력하며,
때로는 상상으로 세계를 바꾼다.
그중에서도 ‘픽션(Fiction, 허구)’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기술이다.
사실이 아닌데도 믿을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데도 행동하게 만든다.
돈, 국가, 종교, 명예 —
이 모든 것은 결국 ‘픽션 스토리’ 위에 세워졌다.
실제로 돈은 종이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종이에 ‘가치’라는 이야기를 부여했다.
그 이야기를 모두가 믿는 순간,
돈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나는 어떤 픽션을 믿고 있는가?’
지금의 사회는 돈이라는 거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 모두 그 이야기를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 믿음이 자연스러워졌다.
주변을 보면 ‘성공한 사람’이 넘쳐난다.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믿는다.
“돈이 곧 진리”라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스토리를 믿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내 안의 픽션을 탐구하는 일이다.
쓰는 동안, 나는 내면을 마주한다.
내가 믿고 있는 신화,
내가 붙잡고 있는 욕망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 욕망이 나를 움직이고,
그 믿음이 나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그것이 내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스토리가 필요할까.
아마도 ‘믿음’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연약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믿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믿음이 각자에게는
삶의 지도이자 나침반이 된다.
문제는 ‘무엇을 믿느냐’이다.
돈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예술, 신념, 혹은 누군가의 말일 수도 있다.
그 믿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다시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스토리를 믿으며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