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모 트리비아

9850_ 길 위에서 사유하는 인간

by 인또삐

인간은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인간을

“여행하는 존재”로 정의했다.
그는 말했다.
여행 중일 때, 인간은 현재에 가장 충실하다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을 향해 걷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집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걸까.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아름다운 존재로 남기 위해선
계속 길 위에 서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길 위의 설렘은 언젠가 피로로 바뀌고,
정착의 안정은 곧 지루함이 된다.

노마드의 정신,
그것은 멀리 떠나는 능력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낯섦을 발견하는 감각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고,
저녁에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 하루 안에서 길 위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현대의 여행자가 가져야 할 자세 아닐까.


지금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정착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크린 안에서 세상을 넘나들고,
생각으로 대륙을 건너며,
마음으로 수없이 길을 걷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시대의 인간은 가장 덜 자유롭다.
불필요한 걱정, 과잉의 욕망,
소유의 집착이 우리를 집 안에 가둔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를 충실히 살지 못하는
정착형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제안하고 싶다.
하이브리드 여행자로 살아보자고.
반은 집에 머물고,
반은 떠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

몸은 잠시 머물더라도,
생각과 감정은 늘 길 위에 두는 것.
그렇게 살면
정착은 굳어짐이 아니라 쉼이 되고,
여행은 방황이 아니라 탐구가 된다.


인간은 결국 ‘길 위의 존재’다.
떠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떠나는 존재.

길 위에서 흔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믿음의 기술, 픽션